[기자수첩] 10만 붕괴에도 아랑곳없는 ‘두 얼굴의 공직자들’
2021. 3. 15. 17:03ㆍ아름다운 글
[기자수첩] 10만 붕괴에도 아랑곳없는 ‘두 얼굴의 공직자들’
기자명 이건용 기자 입력 2021.03.15 15:12 수정 2021.03.15 15:14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2031년 어느 봄날 공주시 공무원 모집공고가 이렇게 떳다. 응시자격은 3년 이상 공주시에 주소를 둔 자. 셋 이상의 형제자매가 있는 다둥이 가정 우선 채용 및 가산점 3% 부여.
가상의 시나리오로,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쯤으로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인구절벽'을 생각하면 그저 웃고 넘길 일만은 아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름도 남지 않을 수 있다는 소멸위기에 처한 지자체들은 인구 늘리기가 아닌 인구 지키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출산장려금에 장학금은 기본이고 자동차취득세, 수도 및 전기요금 감면 등의 혜택은 물론 심지어 은행 빚까지 갚아주는 등 온갖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공주시 또한 인구증가를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 중으로, 요즘 공주시청 내부 통신망이 목하 '인구전쟁' 중이다.
김 시장은 최근 갈수록 줄어드는 인구감소 문제를 거론하며 공직자들의 솔선수범을 주문했다. 특히 관외에 주소지를 둔 직원들의 경우 인사 불이익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췄다.
사실 그간의 승진인사에 비춰 공직자들의 주소는 여러 고려 요인 중 하나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절대적인 영향력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무시하거나 간과할 수 없는 요소로, 일종의 가중치 또는 안전장치였다.
따라서 김 시장의 발언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발언이었다. ‘깜짝 발언’이라기보다 인구감소로 인한 여러 폐해를 어떻게 하면 타개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읽히는 대목이다.
공주시 인구시계는 지난 2월 기준으로 10만 4319명을 가리키고 있다. 1965년 20만 4207명을 정점으로 가파른 하양곡선을 그려 반 토막이 난 상태다. 2012년 세종시 출범에 의한 빨대현상은 둔화되고 있지만, ‘탈 공주’ 현상과 출산율 저하는 수년 내 ‘10만 붕괴’ 우려를 현실화시키고 있다.
지난해 11월 공주시 인구가 9만 9301명으로 나타나 시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인구통계 오류에 의한 해프닝으로 귀결됐지만, 머잖아 지역공동체가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의 2017년 발표에 따르면 공주시는 0.5 이하의 지방소멸위험지수를 기록해 청양, 부여, 서천 등과 함께 소멸 위험단계에 진입했다. 보령시와 홍성군의 인구가 10만 아래로 떨어지면서 비상이 걸렸고, 청양군도 3만 선을 위협받는 등 지역소멸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백약처방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민의 녹을 먹는 공직자들의 솔선수범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모범을 보여야 할 공직자들 스스로 절박함을 보이지 않는데 누가 믿고 따르겠는가? 2018년 기준 공주시청 공직자 932명 중 14.4%에 해당하는 135명이 관외 거주자로 나타났고, 이중 70% 이상이 세종시에 거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모르긴 몰라도 현재의 관외거주자 비율은 더 늘어났을 것으로, 실 거주자를 제외하면 관외 거주자는 30% 이상일 것이란 관측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관외 거주 공직자에 대한 인사 상 불이익을 주장하고 있는 이창선 의원은 이들을 ‘가면을 쓴 두 얼굴의 공직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본인은 정작 타 지역에 거주하면서 시민들을 향해 내 지역에 주소를 두자고 호소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 아니냐는 비판이다.
공직자도 국민으로서의 기본권을 향유할 권리가 있다. 거주이전의 자유와 주거선택의 자유, 행복추구권을 부르짖을 수 있다. 하지만 때를 가려야 하고, 권리만 찾을 것이 아니라 의무도 다해야 한다.
김 시장의 고민에 무려 4000회가 넘는 조회수가 달렸다. 내부 통신망에서 뜨겁게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걸 보면 최종 인사권자의 발언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조회수 1000회를 넘기는 것이 흔치않은 상황을 감안하면.
그래도 이건 아니지 싶다. 인구 10만 붕괴를 그저 바라만 볼 수 없어서 공직자들을 향해 나름의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하는데, 씩씩대며 덤비니 발언한 김 시장도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도 머쓱한 지경이다. 그럼 시민들에게 물어보자. 공주시민의 녹을 먹으면서 관외에 거주하는 공직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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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이건용 기자 입력 2021.03.15 15:12 수정 2021.03.15 15:14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2031년 어느 봄날 공주시 공무원 모집공고가 이렇게 떳다. 응시자격은 3년 이상 공주시에 주소를 둔 자. 셋 이상의 형제자매가 있는 다둥이 가정 우선 채용 및 가산점 3% 부여.
가상의 시나리오로,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쯤으로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인구절벽'을 생각하면 그저 웃고 넘길 일만은 아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름도 남지 않을 수 있다는 소멸위기에 처한 지자체들은 인구 늘리기가 아닌 인구 지키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출산장려금에 장학금은 기본이고 자동차취득세, 수도 및 전기요금 감면 등의 혜택은 물론 심지어 은행 빚까지 갚아주는 등 온갖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공주시 또한 인구증가를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 중으로, 요즘 공주시청 내부 통신망이 목하 '인구전쟁' 중이다.
김 시장은 최근 갈수록 줄어드는 인구감소 문제를 거론하며 공직자들의 솔선수범을 주문했다. 특히 관외에 주소지를 둔 직원들의 경우 인사 불이익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췄다.
사실 그간의 승진인사에 비춰 공직자들의 주소는 여러 고려 요인 중 하나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절대적인 영향력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무시하거나 간과할 수 없는 요소로, 일종의 가중치 또는 안전장치였다.
따라서 김 시장의 발언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발언이었다. ‘깜짝 발언’이라기보다 인구감소로 인한 여러 폐해를 어떻게 하면 타개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읽히는 대목이다.
공주시 인구시계는 지난 2월 기준으로 10만 4319명을 가리키고 있다. 1965년 20만 4207명을 정점으로 가파른 하양곡선을 그려 반 토막이 난 상태다. 2012년 세종시 출범에 의한 빨대현상은 둔화되고 있지만, ‘탈 공주’ 현상과 출산율 저하는 수년 내 ‘10만 붕괴’ 우려를 현실화시키고 있다.
지난해 11월 공주시 인구가 9만 9301명으로 나타나 시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인구통계 오류에 의한 해프닝으로 귀결됐지만, 머잖아 지역공동체가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의 2017년 발표에 따르면 공주시는 0.5 이하의 지방소멸위험지수를 기록해 청양, 부여, 서천 등과 함께 소멸 위험단계에 진입했다. 보령시와 홍성군의 인구가 10만 아래로 떨어지면서 비상이 걸렸고, 청양군도 3만 선을 위협받는 등 지역소멸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백약처방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민의 녹을 먹는 공직자들의 솔선수범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모범을 보여야 할 공직자들 스스로 절박함을 보이지 않는데 누가 믿고 따르겠는가? 2018년 기준 공주시청 공직자 932명 중 14.4%에 해당하는 135명이 관외 거주자로 나타났고, 이중 70% 이상이 세종시에 거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모르긴 몰라도 현재의 관외거주자 비율은 더 늘어났을 것으로, 실 거주자를 제외하면 관외 거주자는 30% 이상일 것이란 관측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관외 거주 공직자에 대한 인사 상 불이익을 주장하고 있는 이창선 의원은 이들을 ‘가면을 쓴 두 얼굴의 공직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본인은 정작 타 지역에 거주하면서 시민들을 향해 내 지역에 주소를 두자고 호소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 아니냐는 비판이다.
공직자도 국민으로서의 기본권을 향유할 권리가 있다. 거주이전의 자유와 주거선택의 자유, 행복추구권을 부르짖을 수 있다. 하지만 때를 가려야 하고, 권리만 찾을 것이 아니라 의무도 다해야 한다.
김 시장의 고민에 무려 4000회가 넘는 조회수가 달렸다. 내부 통신망에서 뜨겁게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걸 보면 최종 인사권자의 발언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조회수 1000회를 넘기는 것이 흔치않은 상황을 감안하면.
그래도 이건 아니지 싶다. 인구 10만 붕괴를 그저 바라만 볼 수 없어서 공직자들을 향해 나름의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하는데, 씩씩대며 덤비니 발언한 김 시장도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도 머쓱한 지경이다. 그럼 시민들에게 물어보자. 공주시민의 녹을 먹으면서 관외에 거주하는 공직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lgy@ggilbo.com
#인구문제 #인구전쟁 #인구절벽 #공주시 #두 얼굴 #출산장려 #고령화 #세종시 #10만 붕괴 #소멸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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