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머니 품 같은 금강 그리고 보(洑)
2021. 1. 25. 14:26ㆍ아름다운 글
[기자수첩] 어머니 품 같은 금강 그리고 보(洑)
기자명 이건용 기자 입력 2021.01.25 13:10 수정 2021.01.25 13:11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물길을 따라 올라오다 보니 경관 수려한 곳이 있어 멈춰 서게 됐다.”
‘공주예찬론자’인 나태주 시인의 말이다. 필자는 일전 시 ‘풀꽃’으로 유명한 나 시인에게 서천 태생으로 공주에 정착해 누구보다 공주를 끔찍이 아끼게 된 배경에 대해 묻자 천혜의 자연경관을 꼽았다. 그중 비단을 풀어놓은 듯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금강’(錦江)의 ‘물길’은 압권이다.
공주시민이라면 누구나 금강에 얽힌 사연 하나쯤은 가슴 속에 품고 산다. 가물거리는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하고, 아스라이 잊혀 가던 추억을 되새기며 상념에 젖기도 한다.
그래서 금강은 어머니 품 같이 따뜻하고 포근하다. 구수하면서도 정감 있고, 감미롭고 평화로워 누구나 이곳에서 새 힘을 얻고 새로운 희망을 품는다. 수만 년 전 이 땅에 뿌리 내린 구석기인들로부터 웅진백제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금강은 마음의 고향이다. 굽이굽이 물길마다 숱한 사연과 애환이 서려있다. 저마다의 가슴 한편에 금강을 품고 사니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넉넉한 강이 주는 풍요는 농사에만 그치지 않는다. 상처를 치유하는 어머니의 ‘약손’이다. 지치고 힘든 이들에게 넉넉한 가슴을 내어준다. 그 아낌없는 사랑에 시민들은 금강이 더 푸르고 더 넉넉하길 바랐다. 그런 바람이 2001년 드디어 이루어지는 듯 했다. 라버댐 설치를 위한 예산 116억 원이 세워졌다. 1992년 건교부에서 수립한 백제문화권 종합개발계획이 마침내 빛을 보려는 순간 식수난을 우려한 부여군의 반대로 염원은 산산조각 났다.
넉넉하고 풍성한 금강의 물줄기를 기대했던 바람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오랜 숙원이었던 셈으로, 총 사업비 26억 원을 들여 2008년 설치됐다가 완공 10개월 만에 철거된 백제큰다리 돌보(금강 하상보호공) 또한 시민들의 염원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두 번의 큰 실망 끝에 마침내 숙원은 이루어졌다. ‘4대강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한 것은 불문가지다. 보(洑) 해체를 반대하는 시민이 10명 중 8명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어떻게 얻은 숙원인데,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지. 시민 여론 따윈 안중에도 없는 반민주적 행태에 기가 찰 노릇이다. 환경단체의 눈치만 살피는데 급급해 정치적 희생물로 삼겠다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다.
금강 오염의 최대 주범인 금강 하굿둑은 말해 무엇 하랴, 입만 아프지. 대청댐을 비롯한 금강 각 지류의 수많은 콘크리트 낙차공, 저수지와 사방댐 등등의 인공구조물은 또 어떻고. ‘강은 흘러야 한다’면서 4대강 사업의 보만 콕 집어 문제를 삼는 건 ‘족집게’식 정치 희생물에 다름 아니다. 금강 500리 물길을 방해하는 그 숫한 인위적인 구조물들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 않는 건 무슨 이유일까? 보만 철거하면 강의 자연성이 회복된다는 외침에 소가 웃는다.
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6년 행정도시 기본계획에 따라 수립된 세종보는 어떻고. 물막이용 보를 만들어 호수공원에 공급하는 촌극이 빚어지고 있으니 참으로 딱하기도 하지.
엉터리 수질개선 효과나 경제성 평가 등 과학적인 근거 부족은 졸속행정의 결정판. 한강과 낙동강은 손조차 못 대고 있으니 뭐가 기회의 평등이고, 뭐가 과정의 공정이고, 뭐가 결과의 정의로움인지 되물을 수밖에. 그토록 보 해체를 반대하는데도 업신여기니 오만방자한 무뢰배 아니면 뭐겠어. 국민들을 그리고 공주시민들을 ‘호구’로 보다 큰 코 다치지.
22조가 넘는 천문학적인 혈세를 쏟아 부은데 이어 보 철거 결정에만 500억을 넘게 쓰고도 또다시 1000억에 육박하는 세금을 투입해 철거한다니 참 기특해. 그 숫한 반대 여론을 깡그리 무시하는 태도는 그야말로 존경스럽기까지 하지.
기특하다 못해 존경스럽기까지 한 정부를 상대로 ‘결사’(決死) 반대를 목 놓아 외치며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겠다니 바보 아냐? 사리 분별할 줄 아는 선량(選良)들이 있긴 있는 거야. 힘없는 민초들을 사지(死地)로 내모는데도 나 몰라라 하고 있으니.
금강이 속삭인다. 좀 더 풍요롭고 넉넉한 강을 허락하면 안 되겠냐고. 아낌없이 주는 강이 되고 싶을 뿐이라고. 공주시민들이 목 놓아 외친다. 상식이 통하고, 상식이 넘치고, 상식이 도도히 흐르는 강가에서 오순도순 살고 싶다고.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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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이건용 기자 입력 2021.01.25 13:10 수정 2021.01.25 13:11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물길을 따라 올라오다 보니 경관 수려한 곳이 있어 멈춰 서게 됐다.”
‘공주예찬론자’인 나태주 시인의 말이다. 필자는 일전 시 ‘풀꽃’으로 유명한 나 시인에게 서천 태생으로 공주에 정착해 누구보다 공주를 끔찍이 아끼게 된 배경에 대해 묻자 천혜의 자연경관을 꼽았다. 그중 비단을 풀어놓은 듯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금강’(錦江)의 ‘물길’은 압권이다.
공주시민이라면 누구나 금강에 얽힌 사연 하나쯤은 가슴 속에 품고 산다. 가물거리는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하고, 아스라이 잊혀 가던 추억을 되새기며 상념에 젖기도 한다.
그래서 금강은 어머니 품 같이 따뜻하고 포근하다. 구수하면서도 정감 있고, 감미롭고 평화로워 누구나 이곳에서 새 힘을 얻고 새로운 희망을 품는다. 수만 년 전 이 땅에 뿌리 내린 구석기인들로부터 웅진백제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금강은 마음의 고향이다. 굽이굽이 물길마다 숱한 사연과 애환이 서려있다. 저마다의 가슴 한편에 금강을 품고 사니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넉넉한 강이 주는 풍요는 농사에만 그치지 않는다. 상처를 치유하는 어머니의 ‘약손’이다. 지치고 힘든 이들에게 넉넉한 가슴을 내어준다. 그 아낌없는 사랑에 시민들은 금강이 더 푸르고 더 넉넉하길 바랐다. 그런 바람이 2001년 드디어 이루어지는 듯 했다. 라버댐 설치를 위한 예산 116억 원이 세워졌다. 1992년 건교부에서 수립한 백제문화권 종합개발계획이 마침내 빛을 보려는 순간 식수난을 우려한 부여군의 반대로 염원은 산산조각 났다.
넉넉하고 풍성한 금강의 물줄기를 기대했던 바람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오랜 숙원이었던 셈으로, 총 사업비 26억 원을 들여 2008년 설치됐다가 완공 10개월 만에 철거된 백제큰다리 돌보(금강 하상보호공) 또한 시민들의 염원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두 번의 큰 실망 끝에 마침내 숙원은 이루어졌다. ‘4대강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한 것은 불문가지다. 보(洑) 해체를 반대하는 시민이 10명 중 8명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어떻게 얻은 숙원인데,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지. 시민 여론 따윈 안중에도 없는 반민주적 행태에 기가 찰 노릇이다. 환경단체의 눈치만 살피는데 급급해 정치적 희생물로 삼겠다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다.
금강 오염의 최대 주범인 금강 하굿둑은 말해 무엇 하랴, 입만 아프지. 대청댐을 비롯한 금강 각 지류의 수많은 콘크리트 낙차공, 저수지와 사방댐 등등의 인공구조물은 또 어떻고. ‘강은 흘러야 한다’면서 4대강 사업의 보만 콕 집어 문제를 삼는 건 ‘족집게’식 정치 희생물에 다름 아니다. 금강 500리 물길을 방해하는 그 숫한 인위적인 구조물들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 않는 건 무슨 이유일까? 보만 철거하면 강의 자연성이 회복된다는 외침에 소가 웃는다.
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6년 행정도시 기본계획에 따라 수립된 세종보는 어떻고. 물막이용 보를 만들어 호수공원에 공급하는 촌극이 빚어지고 있으니 참으로 딱하기도 하지.
엉터리 수질개선 효과나 경제성 평가 등 과학적인 근거 부족은 졸속행정의 결정판. 한강과 낙동강은 손조차 못 대고 있으니 뭐가 기회의 평등이고, 뭐가 과정의 공정이고, 뭐가 결과의 정의로움인지 되물을 수밖에. 그토록 보 해체를 반대하는데도 업신여기니 오만방자한 무뢰배 아니면 뭐겠어. 국민들을 그리고 공주시민들을 ‘호구’로 보다 큰 코 다치지.
22조가 넘는 천문학적인 혈세를 쏟아 부은데 이어 보 철거 결정에만 500억을 넘게 쓰고도 또다시 1000억에 육박하는 세금을 투입해 철거한다니 참 기특해. 그 숫한 반대 여론을 깡그리 무시하는 태도는 그야말로 존경스럽기까지 하지.
기특하다 못해 존경스럽기까지 한 정부를 상대로 ‘결사’(決死) 반대를 목 놓아 외치며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겠다니 바보 아냐? 사리 분별할 줄 아는 선량(選良)들이 있긴 있는 거야. 힘없는 민초들을 사지(死地)로 내모는데도 나 몰라라 하고 있으니.
금강이 속삭인다. 좀 더 풍요롭고 넉넉한 강을 허락하면 안 되겠냐고. 아낌없이 주는 강이 되고 싶을 뿐이라고. 공주시민들이 목 놓아 외친다. 상식이 통하고, 상식이 넘치고, 상식이 도도히 흐르는 강가에서 오순도순 살고 싶다고.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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