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문화재 환수의 변곡점 ‘디지털 귀향’

2021. 3. 3. 15:48아름다운 글

[기자수첩] 문화재 환수의 변곡점 ‘디지털 귀향’
기자명 이건용 기자 입력 2021.03.03 14:22 수정 2021.03.03 14:37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역사의 아픔과 함께 해외에서 떠도는 우리 문화재가 많습니다. 그 일부나마 고국의 따뜻한 품안에 안겨주고 싶었어요."

지난 2001년 일본 나고야에서 한국 예술품 전문화랑을 운영하던 재일동포 이화자 씨가 조선시대 석조 문화재 40점을 문화재청에 기증하면서 한 말이다.

이 씨의 말처럼 고국의 품으로 돌아올 날을 꿈꾸는 우리의 문화재가 19만 3000여 점에 이른다. 박물관 외에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까지 합치면 줄잡아 10배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해외로 반출된 문화재 가운데 42.4%인 8만 1889점이 도쿄국립박물관 등 일본에 있다.

충남도의 경우 450여 점의 문화재가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백제시대 유물로, 공주와 부여의 고분 등에서 출토돼 반출된 것으로 파악된다. 일제강점기의 피해를 고스란히 대변한다.

공주시의 국보급 문화재 3점도 도쿄국립박물관(오구라컬렉션)이 소장하고 있다. 공주 산성 출토 금동반가사유상, 송산리고분 출토 원두대도, 철화분청 물고기무늬병 등이다.

최근 공주시와 공주시의회의 적극적인 문화재 환수 움직임은 늦은 감은 있지만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간 정부의 일로만 치부하며 먼 산만 바라보던 것과 비교해 큰 진전이다.

지난달 공주시의회가 주최한 ‘국외 소재 백제문화유산의 가치 조명’ 의정토론회와 더불어 공주시 또한 국외 소재 문화재 환수활동 지원 조례 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화재 환수는 우리의 얼을 회복하는 일이자, 우리 후손들에게 면면히 물려줘야할 소중한 유산이자 가치라는 점에서 적극적이면서도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문화재 반환이 그리 녹녹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각국의 주요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거나, 해당 국가의 보물로 지정돼 실제 반환으로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오랜 인고의 시간을 요구한다.

국제사회와의 연대 및 공조,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와 민간단체의 연계협력은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민들의 관심이다. 시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야말로 문화재 환수의 시작점이다.

시민적 공감대 형성의 한 방법이 ‘디지털 환수’다. 고국의 품에 안기기를 염원하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디지털로 복원해 원작의 감동을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전한다면 민간차원의 발로(發露)는 더욱 뜨거워질 것이 분명하다.

최근 ㈔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가 총괄 기획한 ‘몽유도원도’ 디지털 귀향전이 그랬다. 대형 파노라마 스크린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진 안견의 그림은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완전한 반환만을 유일한 해결책으로 삼는다면 해결은 요원할 수 있다. 소유권을 인정하면서 장기대여나 영구대여를 받는 것도 환수를 위한 대안이다. 여기에 디지털 환수는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손쉬운 해결책일 수 있다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언택트 문화도 주요 시사점이다. 문화유산을 활용한 산업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가상현실과 인공지능 등의 발전에 따라 문화유산을 보는 관점과 해석이 달라지고 있는 만큼 해외로 반출된 문화재의 가치 발굴 및 활용에 새로운 접근과 시도가 필요하다.

당장 회수하기 힘든 해외 반출 문화재에 대한 현실적 대안인 ‘디지털 환수’를 적극 검토할 때다. 올 가을 2021대백제전 기간 문화유산 환수 홍보관 조성을 계획 중인 만큼 ‘디지털 귀향전’이 동시에 펼친다면 코로나19로 지친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얼마나 큰 감동과 위로를 선사할지,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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