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이’와 문화도시 탈락의 함수관계
2021. 1. 17. 10:18ㆍ아름다운 글
[기자수첩] ‘코이’와 문화도시 탈락의 함수관계
기자명 이건용 기자 입력 2021.01.17 07:57 수정 2021.01.17 09:53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코이라는 비단잉어는 어항에서 키우면 8㎝밖에 안 자란다. 냇물에 풀어놓으면 무한정 커진다. 너의 꿈나무처럼,’ 이혜선 시인의 시집 ‘운문호일(雲門好日)’에 실린 시 ‘코이법칙’이다. 문태준 시인은 코이라는 관상어를 보며 ‘우리의 마음을 좁은 어항에 가둘 것인가, 혹은 연못을 집으로 삼을 것인가, 아예 흐르는 물에 흘려보낼 것인가를 묻고 있는 것 같다. 편견과 시비심으로 살지 않는다면 우리 마음의 영토는 무한하게 커질 것이다. 놓아버리면 벗어나고 집착하면 묶인다고 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2021년 새해 정초부터 날아든 비보(悲報) ‘법정 문화도시 선정 탈락’은 공주시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지역 문화예술계의 허탈감은 말로 형언키 어렵다.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중부권 문화수도’를 자처할 정도로 구석기문화에서부터 백제문화, 충청감영, 근대문화에 이르기까지 숫한 문화자원과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려 했던 공주시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예향의 도시로서, 세계문화유산 도시로서의 자부심과 자긍심에 큰 상처를 입은 것은 당연하다.
항간에 12개 예비도시 중 최하위권 머물렀다는 말이 떠돈다. 수치스러운 평가다. 자신만만했던데 비춰 초라한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자만이 부른 패착이자 망신살이다. 열심만 냈지 핵심을 비켜간 탓이다. 정곡을 찌르지 못한 공주시의 ‘무딘 창‘은 심사위원들의 ’단단한 방패‘를 뚫기에 역부족이었다. 그만큼 시험 준비에 미흡했다는 방증이다.
노력 없이 좋은 성적을 얻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열심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효과적인 공부방법이 필요하다. 계획을 세우고, 핵심을 요약하고, 오답노트를 작성해 원인을 분석하는 등의 학습법이 필요하다.
재수생 처지가 된 공주시의 각오는 비장하다. 심기일전(心機一轉)하겠다고 했다. 지금까지의 생각과 자세를 완전히 바꾸겠다며 차별성과 함께 조직체계 재정비를 통한 조직의 안정성과 전문성, 자율성 확보, 폭넓은 민간 조직과의 협업을 통한 다변화 모색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문제와 시스템의 문제다. 사람의 문제는 문화도시의 안정적이고 원활한 추진을 위한 전문 인력 확보 여부다. 주민들의 참여 기회 확대도 관건이다. 하지만 문화도시 선정 작업을 총괄하는 문화도시센터장이 반년 가까이 부재 상태다. 부센터장마저 공무원이 맡고 있는 현실로, ‘관(官)’이 주도하는 방식에서 ‘민(民)’ 주도 즉 ‘문화자치’ 실현의 틀로 쇄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시스템의 문제 역시 시민 주도형의 거버넌스 구축에 있다. 검증되지 않은 별도의 조직체계를 만들어 시험무대에 올리기보다 기존의 조직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래서 향후 도시재단을 만들겠다는 공주시의 발상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뜬구름 잡기다.
법적(지역문화진흥법) 근거를 토대로 설립돼 ‘문화 분권’ 및 ‘문화 민주주의’ 실현은 물론 지역 문화예술의 경쟁력 확보와 지역문화의 자생적 생태계 구축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최 일선 조직 문화재단을 도외시하는 이유는 뭔가 께름칙하다.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들린다. 자문단을 비롯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요구되는 이유다.
1,2차 법정 문화도시에 선정된 도시들이 문화도시센터를 문화재단 내에 두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문화재단은 시민의 문화권리 확보라는 기존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검증된 조직체계라는 점과 지속 가능성과 발전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조직으로서 ‘준비된 도시’ 이미지를 그만큼 쉽게 노출할 수 있는데도 굳이 먼 길을 돌아가겠다니 마뜩찮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셀 수 없이 많은 문화자원과 인적자원을 제대로 꿰어 지역의 성장 동력으로 키워내는 일도 시급하다. 문화에 기반한 도시 경쟁력 강화와 문화를 새로운 성장 동력의 원천으로 삼는 ‘문화산업’ 플랫폼 구축도 필수다. 지역에 산재한 많은 소재들을 이야기로 풀어내 산업으로까지 연결시켜 지역 경제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수 있는 근간을 만들어야 한다.
문화도시 선정은 행정당국만의 일이 아니다. 드러내 놓고 다양한 시민의 협조 속에 대응능력을 키워야 한다. 공직사회라는 작은 어항 속에 가둬 놓고서는 절대로 생각의 틀을 키울 수 없다. 시민들의 무한 잠재력이 강과 바다로 흘러들 수 있도록 발상의 대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미래 비전을 세우고 도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지속가능한 자생적 문화생태계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역사도시, 관광도시, 문화예술도시임을 자랑으로 내세우고 있는 공주시로써는 더더욱. ‘코이의 법칙’에 유념하며, 긴 호흡으로 생각의 틀을 더 크고 유연하게 가져야 한다.
lgy@ggilbo.com
#코이 #문화도시 #공주시 #문화예술진흥 #민주도 #문화자치 #문화재단
기자명 이건용 기자 입력 2021.01.17 07:57 수정 2021.01.17 09:53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코이라는 비단잉어는 어항에서 키우면 8㎝밖에 안 자란다. 냇물에 풀어놓으면 무한정 커진다. 너의 꿈나무처럼,’ 이혜선 시인의 시집 ‘운문호일(雲門好日)’에 실린 시 ‘코이법칙’이다. 문태준 시인은 코이라는 관상어를 보며 ‘우리의 마음을 좁은 어항에 가둘 것인가, 혹은 연못을 집으로 삼을 것인가, 아예 흐르는 물에 흘려보낼 것인가를 묻고 있는 것 같다. 편견과 시비심으로 살지 않는다면 우리 마음의 영토는 무한하게 커질 것이다. 놓아버리면 벗어나고 집착하면 묶인다고 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2021년 새해 정초부터 날아든 비보(悲報) ‘법정 문화도시 선정 탈락’은 공주시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지역 문화예술계의 허탈감은 말로 형언키 어렵다.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중부권 문화수도’를 자처할 정도로 구석기문화에서부터 백제문화, 충청감영, 근대문화에 이르기까지 숫한 문화자원과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려 했던 공주시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예향의 도시로서, 세계문화유산 도시로서의 자부심과 자긍심에 큰 상처를 입은 것은 당연하다.
항간에 12개 예비도시 중 최하위권 머물렀다는 말이 떠돈다. 수치스러운 평가다. 자신만만했던데 비춰 초라한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자만이 부른 패착이자 망신살이다. 열심만 냈지 핵심을 비켜간 탓이다. 정곡을 찌르지 못한 공주시의 ‘무딘 창‘은 심사위원들의 ’단단한 방패‘를 뚫기에 역부족이었다. 그만큼 시험 준비에 미흡했다는 방증이다.
노력 없이 좋은 성적을 얻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열심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효과적인 공부방법이 필요하다. 계획을 세우고, 핵심을 요약하고, 오답노트를 작성해 원인을 분석하는 등의 학습법이 필요하다.
재수생 처지가 된 공주시의 각오는 비장하다. 심기일전(心機一轉)하겠다고 했다. 지금까지의 생각과 자세를 완전히 바꾸겠다며 차별성과 함께 조직체계 재정비를 통한 조직의 안정성과 전문성, 자율성 확보, 폭넓은 민간 조직과의 협업을 통한 다변화 모색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문제와 시스템의 문제다. 사람의 문제는 문화도시의 안정적이고 원활한 추진을 위한 전문 인력 확보 여부다. 주민들의 참여 기회 확대도 관건이다. 하지만 문화도시 선정 작업을 총괄하는 문화도시센터장이 반년 가까이 부재 상태다. 부센터장마저 공무원이 맡고 있는 현실로, ‘관(官)’이 주도하는 방식에서 ‘민(民)’ 주도 즉 ‘문화자치’ 실현의 틀로 쇄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시스템의 문제 역시 시민 주도형의 거버넌스 구축에 있다. 검증되지 않은 별도의 조직체계를 만들어 시험무대에 올리기보다 기존의 조직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래서 향후 도시재단을 만들겠다는 공주시의 발상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뜬구름 잡기다.
법적(지역문화진흥법) 근거를 토대로 설립돼 ‘문화 분권’ 및 ‘문화 민주주의’ 실현은 물론 지역 문화예술의 경쟁력 확보와 지역문화의 자생적 생태계 구축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최 일선 조직 문화재단을 도외시하는 이유는 뭔가 께름칙하다.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들린다. 자문단을 비롯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요구되는 이유다.
1,2차 법정 문화도시에 선정된 도시들이 문화도시센터를 문화재단 내에 두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문화재단은 시민의 문화권리 확보라는 기존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검증된 조직체계라는 점과 지속 가능성과 발전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조직으로서 ‘준비된 도시’ 이미지를 그만큼 쉽게 노출할 수 있는데도 굳이 먼 길을 돌아가겠다니 마뜩찮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셀 수 없이 많은 문화자원과 인적자원을 제대로 꿰어 지역의 성장 동력으로 키워내는 일도 시급하다. 문화에 기반한 도시 경쟁력 강화와 문화를 새로운 성장 동력의 원천으로 삼는 ‘문화산업’ 플랫폼 구축도 필수다. 지역에 산재한 많은 소재들을 이야기로 풀어내 산업으로까지 연결시켜 지역 경제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수 있는 근간을 만들어야 한다.
문화도시 선정은 행정당국만의 일이 아니다. 드러내 놓고 다양한 시민의 협조 속에 대응능력을 키워야 한다. 공직사회라는 작은 어항 속에 가둬 놓고서는 절대로 생각의 틀을 키울 수 없다. 시민들의 무한 잠재력이 강과 바다로 흘러들 수 있도록 발상의 대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미래 비전을 세우고 도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지속가능한 자생적 문화생태계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역사도시, 관광도시, 문화예술도시임을 자랑으로 내세우고 있는 공주시로써는 더더욱. ‘코이의 법칙’에 유념하며, 긴 호흡으로 생각의 틀을 더 크고 유연하게 가져야 한다.
lgy@ggilbo.com
#코이 #문화도시 #공주시 #문화예술진흥 #민주도 #문화자치 #문화재단
'아름다운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자수첩] 2021대백제전 앞에 놓인 세 가지 선택지 (0) | 2021.02.23 |
---|---|
[기자수첩] 어머니 품 같은 금강 그리고 보(洑) (0) | 2021.01.25 |
[기자수첩] 공주 군밤축제 ‘뭣이 중헌디’? (0) | 2021.01.10 |
[기자수첩] 공주시의회의 예산삭감 ‘0원’ 함의 ··· 거수기 자처? (0) | 2020.11.26 |
[기자수첩] 공주시의회가 던진 화두 ‘죽음’에 대하여 (0) | 2020.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