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부여·익산의 백제역사유적지구가 마침내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공주 공산성과 무령왕릉, 부여 정림사지와 능산리고분군 등의 백제역사유적이 전 인류가 함께 보호하고 전승해야 할 탁월한 문화유산으로 인정됐다. 충청권과 백제 관련 문화유산으로는 처음이고, 전국에서는 12번째다.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 4일 오전(현지시간) 백제의 왕도(王都)였던 공주와 부여 그리고 익산의 백제역사유적지구를 유네스코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백제역사유적지구는 ▲공주 공산성 ▲공주 송산리고분군 ▲부여 관북리유적 및 부소산성 ▲부여 능산리 고분군 ▲부여 정림사지 ▲부여 나성 ▲익산 왕궁리 유적 ▲익산 미륵사지 등 모두 8곳이다.

◆ 세계인의 주목… 훌륭한 유산
백제유적은 특정기간이나 문화지역 내 건축이나 기술, 기념비적 예술, 도시 계획 등에 있어 인류 가치의 중요한 교류의 증거라는 등재기준(ⅱ)과 현존하거나 이미 사라진 문화적 전통이나 문명의 특출한 증거라는 등재기준(ⅲ)을 충족했다.

특히 한국·중국·일본 동아시아 고대왕국의 상호교류 역사를 잘 보여준다는 점과 수도 입지 선정, 불교 사찰, 성곽과 건축물, 고분과 석탑을 통해 백제의 역사와 내세관, 종교·건축기술·예술미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특출한 증거라는 점에서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또한 효과적인 법적 보호 체계와 보존 정책을 비롯해 현장에서의 체계적인 보존관리로 보존상태가 양호하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등재 심사 직후 “1400년 전 고대 왕국 백제의 역사유적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됨으로써 전 세계 시민들이 대한민국을 비롯한 동북아의 과거·현재·미래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됐다”며 “백제유적의 보존과 계승을 통해 인류의 유산으로 길이 남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독일 현지에서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한 오시덕 공주시장과 이해선 공주시의회 의장은 “우리의 자랑인 공산성과 송산리고분군이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려 공주시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도시로 발돋움할 것”이라며 “세계유산을 가진 도시 품격에 걸맞게 문화재 보존은 물론 관광객 증가에 대비한 도시기반 조성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이용우 부여군수도 “그간 저평가 받던 백제문화가 이번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한층 위상이 높아지게 됐다”며 “앞으로 보존관리에 주력하는 한편 백제문화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부여군은 오는 14일 오후 7시 정림사지에서 세계유산 등재를 축하하는 ‘군민 대축제’를 준비 중이다.

낭보가 날아들자 시민들도 환영 일색이다. 도심 곳곳에는 세계유산 등재를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내걸리고, 만나는 사람마다 “축하할 일로, 관광활성화 등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하나같이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백제 부활’ 지역발전 계기 삼자
백제유적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까지 최초로 물꼬를 튼 장본인 최석원 전 백제문화제추진위원장은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 2002년 지역의 향토학자 및 대학 교수들과 백제문화세계유산등재추진위를 구성해 활동하다 문화재청으로 바통을 넘긴 터라 더욱 감회가 새롭고 기쁘다”며 “자긍심과 자부심을 가지고 잘 보존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시와 시민들이 의지를 한데로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학 공주시발전협의회장과 윤경태 강북발전협의회장은 “우선 기쁘고 시민 모두가 환호할 일”이라며 “시민들이 합심해 잘 가꾸고 보존하는 것은 물론 공주를 찾는 세계인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 지역경제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부여군 주민 김 모(45) 씨 또한 “찬란했던 백제문화가 드디어 빛을 보게 돼 기쁘다”며 “세계유산 등재는 충남도민 모두의 자랑으로, 백제의 부활과 함께 지역발전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지역의 역사학자 및 향토학자들도 한 목소리로 환영의 뜻을 표함과 동시에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의미한다고 분석한다. 어떻게 보존하고 관리할 것인가, 어떻게 개발하고 활용할 것인가뿐만 아니라 백제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 및 자료 수집 그리고 역사교육 등 오히려 앞으로 더 큰 과제들이 남겨져 있다는 것. 세계유산 등재는 마무리가 아니라 새로운 과제의 시작이라는 지적이다.

내포=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공주=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부여=김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