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려해상 끝자락..환상의 섬 소매물도

2009. 6. 28. 02:38아름다운 글

 한려해상 끝자락..환상의 섬 소매물도 
 유옥희 기자의 소매물도 망태봉 산행기
  글쓴이 : 유옥희     날짜 : 09-06-28 02:14    
ⓒ 웅진산악회 제공.

금강둔치에 욕심없이 노랗게 웰빙족들을 반겨주는 금계국을 뒤로하고 웅진산악회 창립 9주년 기념 특별 테마여행, 통영 8경이자, 아름다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는 소매물도로 가기위해 이른 아침 발걸음을 재촉한다.

작년 이맘때도 매물도를 찾아갔다가 비오는 바람에 배편이 없어 허탈하게 그냥 돌아 온 적이 있었는데, 2개월이나 산행을 못했지만 산행시간도 짧고 높지 않아 비교적 마음이 가볍다.

출발시간 6시까지는 아직 10분이나 남았지만, 버스 안은 낯선 얼굴들까지 91명의 회원들로 북적인다. 이 많은 인원을 인솔하려면 어려움이 이만저만 아닐 텐데 임원들의 얼굴엔 희색이 가득하다.

공주를 뒤로하고 남쪽, 남쪽으로 달려가는 차창 밖 풍경은 그 새 모내기를 끝낸 들판이 청록색을 뽐내며 일렁인다.

ⓒ 웅진산악회 제공.

이번 여행을 같이 계획했다가 시부모님의 갑작스런 유병으로 듯을 접어야 했던 친구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짠하다. 세상살이가 언제나 그렇듯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이 우리를 당황하게 만든다.

그럴 때마다 우선순위를 따져 훗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저울질하게 된다. 삶의 수레바퀴가 제대로 돌아갈 때 비로소 여유로워지고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야, 미안~ 잘 다녀올게...

어느덧 4시간이 흘러 거제도에 진입했다. 꼬불꼬불 고갯길을 미끄러져 간다. 등반대장 준규씨는 이곳에서 총각시절 10년을 넘게 살았다며 지금 지나는 이 길이 구천계곡이란다.

ⓒ 웅진산악회 제공.

곧이어 명사십리를 자랑하는 저구항에 도착했다. 승선 후 갑판에 올라서니 시리도록 푸르른 에메랄드빛 망망대해, 쪽빛을 고스란히 닮은 하늘 위로는 갈매기들의 느린 몸짓이 시야를 가득 메운다.

기기묘묘한 갯바위들이 스치고, 부드러운 미풍이 어깨를 감싼다. 거기에 젊은 날의 추억을 담은 주옥같은 팝송까지 귓전을 스치니 이보다 좋을 순 없다.

하얀 포말을 내뿜으며 저 멀리 우뚝 솟은 바위섬 오륙도.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절로 나온다. 색다른 환경과 만남으로 인해 삶의 에너지가 용솟음친다.

ⓒ 웅진산악회 제공.

40분을 달렸을까 영화 ‘파랑주의보’ 촬영지로 더욱더 유명세를 타게 된 이곳 경상남도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 소매물도에 도착, 망태봉을 오르기 시작했다.

동백나무 터널을 지나 온 사방이 은빛물결로 반짝인다. 이런 환상의 섬에서 도시락을 펼치니 신선이 따로 없다.

오후 2시 30분. 망태봉에서 감탄하며 바라보던 등대섬으로 발길을 돌린다. 하루 두 번, 모세의 기적을 보기위해 간조 때를 맞추어 내려간다.

정말이지 바닷길이 열리고, 드디어 그림 같은 등대섬에 우뚝 섰다. 환상적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일 게다. 6월의 태양아래 반짝이는 빈병들과 부족한 편의시설만 빼면.
< 특급뉴스=유옥희 기자/ leeguny98@paran.com> >> 유옥희 기자 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