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벌써 69회째 음악봉사라는데..”

2009. 5. 24. 22:25아름다운 글

“오늘이 벌써 69회째 음악봉사라는데..” 
유옥희 기자 칼럼..‘특사모’와 음악봉사를 다녀와서
  글쓴이 : 유옥희     날짜 : 09-05-24 03:29    
공주에 둥지를 튼 지 이십년이나 되었는데도 오늘에야 상왕동에 위치한 장애인복지시설 ‘소망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것도 생전 처음으로.

사는 게 바빠서라면 변명이라 할 것이고, 진정으로 아름답게 잘 사는 방법을 깨닫지 못해서였다. 마음으론 늘 세상을 향해서 뭔가 내가 손짓을 하고 싶었지만 직업 때문에, 아이들 키우느라, 또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한 번도 시도해본 적이 없었다.

가족이 아닌 나와 무관한 사람들이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내가 해야 할일이 무엇인지, 또 그게 진정한 사랑의 실천임을 알았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될지 엄두를 못낸 게 사실이다.

정상적인 삶이 어려운 지체장애가 있는 사람들끼리 한 가족을 이루고 살아가는 공주시 상왕동의 소망공동체에서 지난 18일 오후 4시 음악회가 열렸다.

특급뉴스 김광섭 대표와 특사모(특급뉴스를 사랑하는 모임) 멤버들을 따라 이날 우연히 음악봉사활동에 합류하게 되었다.

차에서 내리자 마자 우~우하고 달려 나온다. 수화도 할 줄 모르는 난 어찌 할 바를 몰라 순간 막막해졌다. 그들과 소통할 수 없는 나 또한 그들 앞에선 장애자였다.

김 대표와 양준모 시의원의 익숙하고 자연스런 모습에서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은 그들에게 온전히 몸을 맡기고 동화되는 거였다.

음악봉사에 나선 멤버들은 무거운 악기와 모니터, 무대를 꾸미기 위한 음향장비들을 옮겨 설치하느라 땀이 비오듯 하는데, 열흘 쯤 독감을 앓았던 난 아직도 으스스 떨며 창문 닫기에 바빴다.

하루 공연을 위해서 저토록 힘든 작업을 해야 하는데, 69회째 저 일을 하면서도 밝고 활기찬 모습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멤버들은 모두 직업인으로 바쁜 와중에서도 짬짬이 시간을 내 연습을 하고, 자비를 들여가며 소외된 이웃들의 영혼을 맑게 해주려는 이들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워 보였다. 이들은 또 그들의 입을 즐겁게 하기 위해 먹을거리까지도 빼놓지 않았다.

누군가 인생은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한 걸 하나씩 잃어가는 것이라고 했는데, 오늘 난 인생은 새로운 깨달음으로 삶의 의미를 하나씩 찾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내가 힘들 때 누군가 곁에서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 줄 때 행복을 느꼈듯이 사람이 사람에게 서로 그늘이 되어 줄 수 있다면 그것이 삶에서 얼마나 큰 기쁨이 될까를 생각하게 했다.

우리는 가진 게 참 많으면서도 언제나 채워지지 않음에 대해 힘들어 했고, 나와 공감하지 않는다 해서 불평하며 타인을 불신하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그들은 불편한 몸으로도 네 탓 내 탓 하지 않고 누구의 눈치도 볼 것 없이 서로를 보살펴주며 손을 잡고, 부둥켜안고, 목청껏 소리 내어 역량이 허락 되는데 까지 흥겨운 춤과 노래로 ‘왕촌마을’을 흔들었다.

2시간이 넘도록 모두가 음악으로 하나 된 시간 내내 그 어디에도 갈등도 불만도 찾아볼 수 없는 사랑의 나눔 그 자체였다.

사랑의 실천은 거창한 게 아니라 허다한 허물을 서로 덮어주며, 그들과 시간을 함께해 주며, 그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이란 걸 새롭게 알게 되었다.

내가 무엇으로 그들을 위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그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무슨 준비를 해야 할까 하는 모든 고민들은 기우에 불과했다.

오늘은 참 많은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친구들과 만나서 수다를 떨고 집에 왔을 때의 공허함이 아닌 나를 위해서 시간을 쏟아 붓고 행복을 느꼈던 때보다 더 특별한 뿌듯함이 나의 마음을 편안하고 느슨하게 풀어주었다.
< 특급뉴스=유옥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