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비취빛 소양강에 마음을 담그며..

2008. 8. 16. 18:02아름다운 글

황홀한 비취빛 소양강에 마음을 담그며.. 
유옥희 시민기자의 춘천 '오봉산' 산행기
  글쓴이 : 유옥희시민     날짜 : 08-08-16 04:42    
▲ 저 멀리 쪽빛 소양강이 시원스럽게 내려다 보인다.
ⓒ 특급뉴스 이건용

오봉산, 높이 779m로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과 화천군 간동면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산이다. 맨 처음 경운산으로, 이후 경수산, 청평산으로 불리다가 등산객들에게 알려지면서 오봉산이 됐다고 한다.

오봉산 뒤편 고개인 배후령을 기준으로 첫 번째 봉우리가 나한봉, 두 번째가 관음봉, 세 번째가 문수봉, 네 번째가 보현봉이며, 마지막 다섯 번째 봉우리가 정상인 비로봉이다.

공주 (구)터미널에서 6시 출발 예정이었으나, 버스기사님의 늑장 출발로 내가 버스를 10여분이나 기다려야하는 사상 초유의 진풍경이 연출됐다.

충북 음성과 증평을 거쳐 휙휙 달려 온 우리는 홍천강휴게소에서 잠시 화장을 고치고,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홍천강을 응시하다가..

오전 10시쯤 호반의 도시 춘천에 도착, 오봉산 뒤쪽 배후령에서 오늘 산행의 첫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길 같지도 않은 좁다란 길, 초입부터 오늘 산행이 쉽지 않음을 예고했다.

앞도 옆도 살피지 못하고 무조건 걸어 올라갈 밖에. 봉우리가 다섯이라 오봉산이라 했다는데 어디가 봉우리인지 가도 가도 벼랑뿐, “이러다 절벽타기 고수 되겠네.”

오전 4시 30분에 일어났지만 아침식사를 거른 탓에 몹시 허기지다. 가족들 찬거리 준비하랴, 내 도시락 준비하랴, 길 떠날 채비하랴, 도무지 겨를이 없었다. 다른 집 여자들도 모두 이랬을까?

▲ 오봉산 청솔바위.
ⓒ 특급뉴스 이건용

오르고 내리기를 수 십 번, 온몸은 땀투성이다. 입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8월의 태양이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 거침없이 이글거린다.

“우와”, 이곳저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고개를 들어 내려다보니 저 멀리 소양강이 비취빛 물결을 출렁인다. 우리를 반기기라도 하듯.

진초록의 산이 강에 물든 것인지, 쪽빛 강물이 산에 물든 것인지 분간이 안 간다. 넋을 잃고 물끄러미 그 황홀한 소양강을 바라본다.

비취빛 강물이 어찌나 곱고 아름답던지 잠시 무더위도 잊고, “해~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하고 콧노래가 절로 흥얼거려 졌다.

부용계곡 방향이란 이정표 쪽으로 진입, 한참을 내려가는 동안 로프를 잡지 않으면 단 한 발자국도 뗄 수가 없었다.

이런 길을 계속 내려가고 올라가고, 다시 되돌아 갈 수도 없고. 그러나 내려가기만 하면 배타고 소양강을 건넌다는데 이쯤 고통이야. 이를 악물었다.

물 두병도 바닥을 보이고, 배고픔과 갈증에 허덕일 즈음 앞서 가던 일행들이 멈춰 섰다. 일명 ‘바위홀’을 마주하고 얼큰(얼굴이 큰 사람)이나 엉큰(엉덩이가 큰 사람)이는 통과할 수가 없다는 전언이 들려온다.

호호호 한바탕 웃다가 간신히 몸을 낮추고 조심조심, 겨우겨우 등반대장의 도움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 웅진산악회 회원들이 오봉산 정상에서..
ⓒ 특급뉴스 이건용

힘든 산행 후에 가지는 여유로운 점심시간, 도시락도 나눠 먹고. 그러나 커피타임도 없이 하산하는 길은 내내 아쉬웠다.

30여분을 내려오자 계곡물 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오고, 천년고찰 청평사가 위엄있게 자리 잡고 있다. 그동안 지나쳐온 다섯 봉우리가 청평사를 에워싼 호위무사들이다.

흐르는 물에 마음을 담그고, 물소리에 삶의 탁기를 섞어 보낸다. 여름의 종말을 알리는 듯 시끄러운 쓰르라미소리,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염불소리까지..

조금은 혼란스러운 자연의 온갖 소리가 차츰 서로 어우러져 화음을 이루고, 나를 감싸며 둘러앉았다. 이런 자연의 아름다움도 잠시, 청평사를 뒤로하고 계곡을 빠져 나왔다.

몸도 맘도 다 맡긴 소양호 5호가 햇빛 쏟아지는 쪽빛의 소양강을 가르며 쏜살같이 내달린다. 지나간 그리움이 추억으로 달려간다.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오늘 산이 제일 좋았지?”

▲ 비취빛 소양호.
ⓒ 특급뉴스 이건용

▲오봉산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과 화천군 간동면에 있는 산으로 높이는 779m, 소양강댐 건너 청평사 뒤에 솟은 비로봉, 보현봉, 문수봉, 관음봉, 나한봉의 다섯 봉우리를 말한다.

기차와 배를 타고 가는 철도 산행지로, 산과 호수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호반 산행지로 유명하며, 천년고찰 청평사, 청평사 회전문, 아홉 가지 소리로 떨어진다는 구성폭포, 중국 원 순제의 공주와 상사뱀의 전설이 얽힌 공주탑(삼층석탑), 공주굴, 공주탕, 연못의 시조라는 영지(남지) 등도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다.

등산은 배후령에서 출발해 정상에 오른 뒤 구성폭포로 하산하는 4km의 2시간 코스와 배후령에서 출발해 정상에서 청평사를 지나 구성폭포로 하산하는 6km의 3시간 코스가 있다.

그리고 배후령에서 출발해 정상에 오른 뒤 부용계곡으로 하산하는 7km의 3시간 반 코스와 소양강댐에서 배를 타고 청평사 선착장에 도착해 구성폭포, 청평사를 지나 정상에 오른 뒤 청평사로 내려와 선착장으로 하산하는 7km의 3시간 반 코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