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순 할머니, ‘지극한 사랑은 이런 것’

2008. 6. 23. 00:30아름다운 글

윤기순 할머니, ‘지극한 사랑은 이런 것’ 
평생을 남편과 자식위해 헌신..‘장한 아내상’ 수상
  글쓴이 : 이건용     날짜 : 08-06-22 23:52    
▲ ‘제7회 장한 아내상’을 수상한 윤기순 할머니와 의성전투에서 부상당해 하반신이 마비된 이염 할아버지가 자랑스런 상장을 들고 활짝 웃어 보이고 있다.
ⓒ 공주뉴스 이건용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평생을 남편과 자식위해 헌신한 윤기순(80) 할머니가 ‘제7회 장한 아내상’을 수상했다.

공주시 탄천면 운곡리에 거주하는 윤기순 할머니는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중앙보훈회관 대강당에서 대한민국상이군경회(회장 강달신) 주관으로 열린 시상식에서 나라를 위해 싸우다 신체의 일부를 잃은 남편을 내조하고, 자녀를 훌륭하게 성장시킨 아내에게 주는 ‘장한 아내상’상을 수상했다.

윤기순 할머니의 남편인 이엽(84) 할아버지는 지난 1949년 경비대에 입대해 6.25전쟁이 있던 1950년 8월 경북 의성전투에서 포탄 파편에 척추신경을 다쳐 하반신이 마비됐다.

21살의 어린 신부는 불구가 된 남편을 대신해 집안 살림을 꾸려 나가야 했다. 강보에 쌓인 어린 아들을 업고 땔감을 구하러 산에 오를 때는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 때문에 이를 악물어야 했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밭일, 논일에 비하면 남편 병수발은 오히려 일도 아니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허리 한번 제대로 펴보지 못할 정도로 일에 매달려야 했다.

손이 쩍쩍 갈라지고 피가 날 정도로 억척같은 삶의 연속이었지만 반신불수의 남편과 아이들을 생각하면 절망에 빠질 겨를도 없었다.

▲ 배웅 나온 윤기순 할머니.
ⓒ 공주뉴스 이건용

“반드시 이겨 내리라, 보란 듯이 버텨 내리라” 수 천 번을 다짐하며 그 힘든 보릿고개를 넘어야 했다. 그렇게 한 평생을 남편을 위해, 자식을 위해 헌신하며 지극한 사랑을 보여주었다.

이제는 네 아들 모두 은행원으로, 공무원으로, 벤처기업 사장으로 훌륭히 키워 냈지만, 정작 윤 할머니의 몸은 성한 곳이 하나도 없다.

고단하고 기구한 삶에 우울증까지 얻어 신경안정제로 근근이 버텨 내고 있다. 18살에 시집와 호강 한 번 못해봤지만, 병든 남편 때문에 여행 한 번 제대로 못해봤지만 그래도 윤 할머니는 행복하다.

윤 할머니는 “평생을 꼼작 못하고 누워 지낼 것 같았던 남편이 이 정도까지 쾌차한 것만으로도, 훌륭하게 장성한 자식들만으로도 행복하다”며 앞산의 밤꽃보다 더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60여 년 간의 고초를 어찌 말로 다하겠습니까, 못난 남편 만나 호강한번 못해본 이 사람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립니다”라며 윤 할머니의 투박하고 거친 손등에 머무른 이염 할아버지의 눈길은 차마 애처롭기까지 했다.

한편, ‘장한 아내상’은 한국전쟁 등 나라를 위해 싸우다 신체의 일부를 잃은 남편을 내조하고 자녀를 훌륭히 키운 아내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올해는 윤기순 할머니를 비롯한 21명을 수상자로 선정했으며, 2002년부터 지금까지 총 141명이 이 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