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자락을 지리산의 품안에서..

2007. 10. 7. 02:16아름다운 글

여름의 끝자락을 지리산의 품안에서..
유옥희 시민기자의 지리산 산행기
2007-10-06 01:58:41 function sendemail(w,h){ var sWinName = "emailarticle"; var cScroll = 0; var cResize = 0; var cTool = 0; var sWinopts = 'left=' + ((screen.width-w)/2) + ', top=' + ((screen.height-h)/2) + ', width='+w+',height='+h+', scrollbars='+cScroll+', resizable='+cResize; window.open('./?doc=function/mail.php&bo_table=s1&wr_id=173',sWinName,sWinopts); } function sendprint(){ var sWinName = "printarticle"; var cScroll = 1; var cResize = 1; var cTool = 1; var sWinopts = 'left='+0+', top='+0+', width='+720+', scrollbars='+cScroll+', resizable='+cResize; window.open('./?doc=function/print.php&bo_table=s1&wr_id=173',sWinName,sWinopts); }

지리산을 향해 무주, 장수를 지나 남원으로 두어 시간 달려온 것 같다. 우리버스는 비탈진 고갯길을 계속 힘들게 힘들게 오르는데...

달궁, 정령치란 이정표 밑으론 청량한 옥빛 물결이 나의 눈을 사로잡는다. 그런 물길을 따라 거의 한 시간쯤 뒤에 머문 곳이 오늘 산행의 출발지점인 성삼재다.

참석인원 39명 중 20여명이 오늘 산행에 합류했다. 나머지는 각자 자유 시간을 즐기기로 했다.

그토록 지리하게 내리던 비가 멈춘 탓인지 청록의 푸르름이 여름 끝자락의 지리산을 한층 짙푸르게 수놓았다.


연일 폭우를 동반한 숨 가쁜 찜통더위에 지쳐있던 우리는 오늘 지리산에 지친 심신을 맡긴다.

지리산을 올까 말까 망설이고 벼르다가 단행한 오늘 산행, 완만하다고는 하나 산행시간이 너무 길어 걱정이 앞선다.

이 핑계 저 핑계로 금강 둔치를 걷는 것도 소홀했던 터라 오늘 완주란 꿈도 못 꾸는 상황이지만 난 한다면 한다. 그래서 남편이 가끔 ‘김재규 동생’이라고 놀리기는 하지만.

초입부터 노고단까지는 햇볕을 그대로 받아야하는 하늘 열린 길이어서인지 등줄기에서는 땀이 빗물처럼 흐른다.

노고단부터는 깊은 묵도 속에 산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모든 걱정을 잠시 잊고 오늘은 지리산과의 만남에 집중할 터이다.

웅진산악회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자연과 하나 됨은 존재와 창조주와의 하나가 되는 과정이다. 우리가 자연과 분리된 존재로 마음이 분열하니까 사는 게 고통으로 다가오는 거다. 존재와 일체감을 느끼면 사랑과 지복(至福)은 우리와 항상 동행하게 된다.

키 높은 원시림 좁은 산길을 따라 계속 이어졌다. 몸 하나 간신히 빠져나갈만한 숲길을 지나는 동안 산죽과 야생초목이 내 몸을 스친다.

지리산의 원시림, 그리고 황토 길, 돌 블록 길, 이끼바위 길, 나무계단, 철 계단을 지나 뱀사골 계곡에 이를 때까지 시원하고 경쾌한 계곡의 속삭임이 마침표 없는 교향곡으로 귀를 즐겁게 한다.

맘 넓고 편안한 아버지 품 같은 지리산. 그래서 그런지 간간히 어린자녀와 산행하는 자상한 아빠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커피타임도 없이 간단히 요기를 마치고, 뱀사골의 청정한 옥수에 발도 못 담근 채 총총히 12km 넘는 산행 길에 올랐다.

길 다란 계곡을 따라 오룡대, 뱀소, 병풍소, 소금소, 간장소, 제승대가 저마다의 전설을 품고 강으로, 바다로 흘러든다.

새벽 녘, 큰 뱀이 하늘이 찢어지는 소리를 내며 송림사에 왔다가 용이 되지 못하고 이무기로 죽었다는데.. 그 뱀이 죽은 곳을 오늘날 우리는 뱀사골이라고 부른단다.

몇 번을 차이고, 넘어지면서 종아리와 무릎이 점점 아파온다. 말할 수 없는 고통으로 이를 악 물었다.


성삼제 휴게소~노고단~임걸령~삼도봉~화개재~뱀사골까지 장장 7시간의 산행, 드디어 종지부를 찍었다.

뒤풀이 행사에는 관심조차 두지 못한 채 멍든 발의 통증을 달래기 위해 계곡 물에 발 담그지만 가슴 한 편으로 뿌듯함이 밀려온다.

난 오늘도 이렇게 가는 여름의 끝자락을 붙잡고 온 몸으로 지리산의 푸르름을 만끽한다.
< 공주뉴스=유옥희시민 기자/ leeguny98@paran.com> >> 유옥희시민 기자 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