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하는 남자는 아름답다

2007. 9. 23. 00:51아름다운 글

몰입하는 남자는 아름답다
이계숙 시민기자 칼럼
2007-09-20 09:18:32 function sendemail(w,h){ var sWinName = "emailarticle"; var cScroll = 0; var cResize = 0; var cTool = 0; var sWinopts = 'left=' + ((screen.width-w)/2) + ', top=' + ((screen.height-h)/2) + ', width='+w+',height='+h+', scrollbars='+cScroll+', resizable='+cResize; window.open('./?doc=function/mail.php&bo_table=column5&wr_id=150',sWinName,sWinopts); } function sendprint(){ var sWinName = "printarticle"; var cScroll = 1; var cResize = 1; var cTool = 1; var sWinopts = 'left='+0+', top='+0+', width='+720+', scrollbars='+cScroll+', resizable='+cResize; window.open('./?doc=function/print.php&bo_table=column5&wr_id=150',sWinName,sWinopts); }
음악에 대해 많은 지식이 없는데도 듣기 좋은 음악은 어느새 귀가 먼저 안다는 사실이 놀랍다.

나이가 들다 보니 음악이 좋아도 이런저런 핑계로 음악회에 가기가 쉽지 않다. 여유로운 일정이 아니었지만 공주문예회관에서 공주뉴스가 주최하는 색소폰 자선 콘서트에는 꼭 가리라 마음먹었다.

공연 시간에 맞추기 위해 저녁을 대충 먹고 공연장에 들어가 보니 사람들이 꽉 들어차는 중인데도 앞자리는 더러 비어있었다.

아마도 적극적인 관객을 위해 비워둔 모양으로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장애인들을 위해 비워 둔 자리였다.

희고 가는 손가락이 너울너울 춤을 주는 피아노가 주로 여성스러운 악기라면 몸속에 숨은 저변의 힘을 끌어내어 연주하는 색소폰은 남성스러운 악기처럼 느껴졌다.

색소폰 특유의 낭만적이고, 애잔한 선율의 아름다움 때문에 색소폰연주테이프이나 CD는 구입한 적이 있었지만, 그동안 한 번도 색소폰 콘서트에 가본 적은 없었다.

음악에 대해 남다른 지식이 없다 보니 ‘색소폰’이라는 악기에 대해서 별반 아는 게 없다. 그러나 이날 여러 연주자가 뿜어내는 색소폰의 열기는 가히 관중을 몰입시키기에 충분했다.

어떤 연주자는 금빛머리칼에 갈색 안경과 찢어진 청바지로 60, 70년대의 컨트리풍의 팝송가수를 연상시키며 정열적인 곡을 불러 청중을 매료시켰다.

또 다른 이는 단정하고 지적인 모습을 발라드한 곡을 연주하여 애써 누르고 무심하게 방치해둔 감성을 촉촉이 적셔주었다.

그런가 하면 전형적인 한국남자의 중후한 모습이 역시 진국임을 보이면서 무게를 잡고 연주하는 이도 있었다.

악기도 악기주인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무대 가까이에 있었던 나는 연주자의 모습과 악기의 음색이 거의 일치한다는 것을 연주자의 몸짓과 표정을 통해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악기를 연주하는 남자를 보면 왠지 섬세하고 멋스럽게 보인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것처럼 참을성과 인내력을 요구되는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은 자기의 감정을 잘 다스린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악기연주자들은 대개 과묵하고, 자주 화를 내지 않는다. 사람대신 악기와 대화를 하며 서로 보듬기 때문이라고 한다.

역시 남자의 멋은 자신을 잘 통제하는 데 있다. 꿈과 사랑 그리고 애잔함, 즉 인생을 한 악기에 모아 쏟아내는 색소폰 연주가 왜 그렇게 청중을 열광시키는 것일까?

연주자와 혼연일체가 되어 무대에 나가 춤을 주는 장애인 시설의 원생들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그들이 열정적인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혼신의 힘으로 열연하는 색소폰 연주자에게서 자신들의 꿈과 용기를 얻기 때문이리라.

화산이 폭발하면서 용암이 분출하듯 저변에서 숨죽이던 희망과 정열이 솟구쳐 오르는 것이리라.

타성에 젖어 심드렁해지기 쉬운 게 생활인의 삶이다. 비슷비슷한 나날의 일상 속에서 매너리즘에 빠져 살다보면 활기차고, 역동적인 미래를 바라본다는 것은 요원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소한 일에서 새로움과 경이를 발견하는 눈을 가졌다면 인생은 훨씬 생동감을 갖게 되리라. 음악회가 잠자고 있는 열정에 불을 붙였다면 개인에게 그건 대단한 사건이 된다.
이계숙(공주시 농업
기술센터 홍보담당)

최후의 남은 힘까지 동원, 온몸과 온 정성으로 혼을 불사르는 색소폰 연주자의 열정은 청중에게도 전이돼 그들의 생기와 의욕을 불러 일으켰다.

무디고, 식은 마음을 일깨우는 음악은 그 자체가 나눔의 미학이다. 혼신을 다하는 몸짓으로 색소폰을 연주하듯 모든 일에 몰입하는 남자는 매력 있고 아름답게 보인다.
< 공주뉴스=이계숙시민 기자/ news@gongjunews.net> >> 이계숙시민 기자 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