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만남, 긴 여운 (餘韻)

2007. 7. 27. 13:50아름다운 글

짧은 만남, 긴 여운 (餘韻)
이계숙 시민 기자 칼럼
2007-07-23 22:00:30 function sendemail(w,h){ var sWinName = "emailarticle"; var cScroll = 0; var cResize = 0; var cTool = 0; var sWinopts = 'left=' + ((screen.width-w)/2) + ', top=' + ((screen.height-h)/2) + ', width='+w+',height='+h+', scrollbars='+cScroll+', resizable='+cResize; window.open('./?doc=function/mail.php&bo_table=column5&wr_id=133',sWinName,sWinopts); } function sendprint(){ var sWinName = "printarticle"; var cScroll = 1; var cResize = 1; var cTool = 1; var sWinopts = 'left='+0+', top='+0+', width='+720+', scrollbars='+cScroll+', resizable='+cResize; window.open('./?doc=function/print.php&bo_table=column5&wr_id=133',sWinName,sWinopts); }
허허롭고 삭막한 우리네 삶속에서 서로 아껴주고, 끈끈하게 이어줄 매개체는 없을까? 삶의 윤기가 그립고, 척박하지 않도록 해 줄 물기가 그립다.

비록 짧게 스쳤던 만남일지라도 긴 여운을 남기는, 잔잔한 감동을 간직한 그런 만남은 없을까?

경기침체와 소득격차에 따른 위축감, 정보화 사회 도래에 따른 급격한 변화에 대한 부적응, 점점 세분화되어가는 욕구에 따른 역할가중 등으로 살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우리주변에는 무표정한 얼굴 즉 포커페이스(Poker face)가 많다.

어렵게 살기는 다 마찬가지일 텐데 곳곳에 무표정과, 우울모드가 난무하니 덜컥 겁이 난다. 이런 분위기는 주위사람에게 파급효과가 대단히 크기 때문이다.

마치 석고상 같은 빳빳한 얼굴로 주변을 온통 경직시키는 사람들을 보면서 좀 따뜻하고, 여유롭게 살수는 없을까를 궁리해 본다.

전에는 소위 ‘유머’라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억지스러운 웃음을 만드는 것이 좀 유치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그 속에 녹아있는 해학(諧謔)과 냉소가 읊을수록 감칠맛을 준다.

동문카페에 들어가 보니 여기저기서 줄기차게 유머를 퍼 나르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덕분에 수많은 유머를 읽으며 혼자라도 웃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이렇게 남을 즐겁게 하기위해 부단히 공들이는 그 친구가 참으로 따뜻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유머는 상대방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깃들여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성적(性的)인 내용은 자칫하면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도 있기에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

또한 난해한 한자나 영어로 된 유머는 지식수준에 따라, 연령에 따라 이해하는데 개인차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가령, ‘유머’인데도 봤을 때 선뜻 이해가 되지 않을 경우 “도대체 무슨 뜻이지?” 하고 생각하는 사이에 웃고 싶은 기분이 싹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배고플 때가 지나면 아예 식욕이 없어지고, 무감각해지는 것처럼 유머의 대기상태(Standby)가 너무 길면 유머의 효용이 떨어질 수 있다.

누군가를 웃기고 즐겁게 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적어도 훈훈한 인간미를 가진 이다.

동창 모임에 가 봐도 잘생기고, 성공하고, 돈 잘 버는 친구들의 거드름피우는 모습보다는, 딱딱한 장내 분위기를 유머로 요절복통(腰折腹痛)하게 반전시키는 사람이 단연 인기가 높다.

그런 유머러스한 사람을 소위 잘나가는 친구들은 “저 자식이 왜 또 발광이야. 체통머리 없게...” 라며 빈정댄다.

마치 마땅히 자신이 받아야 될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겨서 심술이라도 난 것처럼 .

사람들은 정작 남의 자랑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게 마련이다. 특히 “사는 게 뭐 다 그저 그렇다”고 느낄 나이에는 더 그렇다. 저 잘났다고 뽐내는 모습보다 그저 편안하고, 진솔하게 다가오는 사람에게 더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꾸밈도, 사심도 없이 남을 잘 웃기는 친구가 각광을 받는 거다.

“그도 나처럼 평범하고, 어설픈 보통사람이구나” 라는 동질감을 느끼며, 기대고 싶은 심리 때문일 것이다.

잘 살펴보면 사람을 웃기는 방법과 양상도 여러 가지이다. TV 역사드라마에서의 경우 서로 간 머리싸움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의 코믹 터치는 청량감을 선사, 사극의 격조를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미국영화에서 본 장면이다. 탁자위에서 마주보는 두 사람의 얼굴과 몸짓은 분명 심각하게 치닫고 있는데, 탁자 밑의 발은 음악에 맞추어 스텝을 밟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이들의 싸움이 싱겁게 마무리되는 걸 보며 웃음지은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은 옳고, 합리적이고, 타당한 논리를 펴는데도 ‘딱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다. 듣는 이의 반응과는 상관없이, 주변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주장만 하고 있는 경우다.

남이야 듣거나, 말거나 자기논리에 취한 모습은 웃을 일이 결코 아닌데도 불구하고 웃음을 자아낸다.

어떤 이는 평소 과묵한 편인데도 가끔씩 엉뚱한 발언을 해 주변을 환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를 보면 유머감각이 꼭 달변가의 전유물은 아닌 듯싶다.

어떤 이는 보기만 해도 언제고 웃음을 퍼트릴 태세로 얼굴가득 미소를 담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런 이의 시원한 웃음은 참으로 사랑스럽다.

“오늘따라 기분이 우울하고, 칙칙하다”고 전화하는 친구에게 문자나 메일로 유머를 배달하는 섬세한 사람의 주변은 화롯불 같은 훈기가 넘칠 것 같다.

이렇게 유머를 전파하는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타인을 생각하며, 순수하고 촉촉한 감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반면 더러는 소중한 웃음기를 싹 가시게 하는 이도 있다. 부주의로 남의 발을 밟고 천연덕스럽게 “표정이 왜 그래, 어디 아파요?” 하는 사람, 기분전환 하겠다고 모처럼 예쁜 옷을 입고 나타나니 ‘그거 재작년에 유행하던 것인데...’하고 기운 빼는 친구가 그렇다.

또한 며칠씩 밤샘해가며 만든 발표문이나 기획서를 가져가니 “당신이 힘들까봐 다른 사람에게 맡겼어”하는 CEO가 그렇다.

그리고 제 권익을 챙기려고 부하를 닦달하여 실컷 울화를 돋워 격분하게 해놓고 나중엔 “무엇 때문에 저기압이야? 내가 ○○씨를 화나게 한 사람이 누군지 혼내줄게”라고 오히려 농을 걸어 약 오르게 하는 상사가 그렇다.

아울러 착잡한 기분으로 속상한 일을 상대방에게 털어놓는데 내내 아무 반응이 없더니 불쑥 말허리를 자르고 자기자랑을 끼워 넣는 썰렁한 사람이 그렇다.

이처럼 이기심이 많아 자신만의 일에 골몰하거나, 남에게 상처 주는 일을 슬쩍 남의 탓으로 돌리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소위 ‘얄미운 족속’들이 있다.

그들의 이기적인 행동은 상대방의 가슴에 쉽게 사라지지 않을 분노와 상처를 남긴다. 남의 가슴에 든 큰 멍은 보이지 않고, 자기 손가락의 작은 긁힘을 아파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행복전령사’도 있다. 가슴 아픈 사연이 있거나, 외롭고 우울한 주변사람에게 따뜻한 시선으로 유머와 웃음을 주는 사람이다. 이들은 짧은 멘트로 긴 여운을 남긴다.

몇 해 전인가 본 영화 ‘초콜릿’이 떠오른다. 엄격한 종교계율과 금기로 둘러싸인 프랑스의 한 외딴 마을에 정착한 핫 초콜릿가게의 여인(줄리엣 비노쉬 분)은 자신의 가게에 찾아오는 동네사람에게 자신이 만든 따뜻한 초콜릿을 따라주며 그들의 애환을 들어주고 쓰다듬고 어루만져준다.

점차 초콜릿가게 여인은 경직된 마을에 활기와 온기를 심어갔고, 사람들은 어느새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계숙(공주시 농업
기술센터 홍보담당)
오래전에 본 이 짧은 영화 한 편이 아직도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핫 초콜릿처럼 우리시대의 건강한 웃음은 사람들의 닫혔던 마음을 여는 ‘마법의 주문’ 같은 효과를 발휘, 슬픔과 고뇌의 용해제가 될 것이다.

“지금도 어디선가는 기발한 머리로 유머를 만들고, 웃음과 행복을 열심히 조달하는 사람들이 있겠지?”




< 공주뉴스=이계숙시민 기자/ news@gongjunews.net> >> 이계숙시민 기자 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