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해결형’ 인재와 평준화 정책의 한계

2007. 4. 21. 23:55아름다운 글

‘문제해결형’ 인재와 평준화 정책의 한계
김덕수 교수의 파워칼럼-22장
2007-04-19 09:37:55 function sendemail(w,h){ var sWinName = "emailarticle"; var cScroll = 0; var cResize = 0; var cTool = 0; var sWinopts = 'left=' + ((screen.width-w)/2) + ', top=' + ((screen.height-h)/2) + ', width='+w+',height='+h+', scrollbars='+cScroll+', resizable='+cResize; window.open('./?doc=function/mail.php&bo_table=column&wr_id=197',sWinName,sWinopts); } function sendprint(){ var sWinName = "printarticle"; var cScroll = 1; var cResize = 1; var cTool = 1; var sWinopts = 'left='+0+', top='+0+', width='+720+', scrollbars='+cScroll+', resizable='+cResize; window.open('./?doc=function/print.php&bo_table=column&wr_id=197',sWinName,sWinopts); }
올 2월에도 졸업식은 어김없이 치러졌다. 약 3,000여명에 달하는 제자들을 치열한 경쟁사회로 내보냈다.

그들을 가르친 스승이지만, 필자는 그들이 얼마만큼 본인이 희망했던 직장에 취업했는지를 알지 못한다.

모르긴 해도 상당수의 제자들이 기약 없는 청년백수의 길로 접어들었으리라. 4년~5년 동안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의 기회를 얻지 못한 제자들과 그들을 정성껏 뒷바라지해 준 학부모님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대학에 다니는 것 자체가 하나의 특권이자 사회적 출세의 유일한 통로였다.

대학 자체가 적었을 뿐만 아니라 학생 수 또한 극소수로 한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화 사회가 도래하면서 관리직과 기능·기술직 인력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국내 대학들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대학정원 수도 크게 늘어났다.

그렇지만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력수요가 인력공급을 항상 상회上廻했기 때문에, 대학만 정상적으로 졸업하면 대부분 자신이 원하는 직장에 취업할 수 있었다.

능력이 있는 졸업생들은 여러 개의 직장 중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직장을 골라서 갈 수 있는 호시절이었다.

그런데 지식정보화 사회가 한창 진행 중인 지금은, 과거와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구인난求人難속의 구직란求職難’이라는 기현상이 일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즉 기업은 좋은 인재 구하기가 하루의 별 따기처럼 어렵고, 취업지망생은 그들 나름대로 직장 구하기가 무척 힘들다.

세상이 이렇게 변해버린 가장 큰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대안은 없는가?

이에 대해서는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의 관심과 지혜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침묵과 방관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우리 젊은이들은 꽃봉오리조차 만개시켜보지 못하고 곧바로 시들어버리는 불쌍한 꽃으로 전락하고 있다.

사실 그들에게는 그리 큰 책임이 없다. 굳이 있다면 시대를 잘못 만난 원죄 밖에는...

시대에 따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도 달라진다!

농경사회나 산업화 사회가 필요로 했던 인재는 윗사람이 시키는 것을 군말 없이 잘 이행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회에서 윗사람의 명령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거부의사를 밝히는 경우, 또 윗사람의 의지와 상반되는 업무처리를 할 경우에는 곧바로 문제아로 낙인찍혀 퇴사退社를 강요받기 십상이었다.

성공의 지름길은 오로지 윗사람의 의중意中을 재빨리 간파한 다음, 남들보다 먼저 달려가서 그가 가려워하는 곳을 시원하게 긁어줄 수 있는 동물적 감각을 기르는 것이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그런 인재를 ‘I자형 인재(빳빳하게 선채로 윗사람의 눈치만 살핀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명명한 것 같다.)’라고 정의했다.

한편, 지식정보화 사회는 ‘I자형 인재’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다. 지식정보화 사회는 윗사람도 아랫사람들에게 무슨 일을, 어떻게 시켜야할지 잘 모르는 시대다.

그 이유는 변화의 속도가 너무나도 빠른데다 고객의 니드need와 선호taste가 매우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가령, ‘소품종 대량생산’이 맹위를 떨쳤던 산업화 사회에서는 한 가지 종류의 청바지만 만들어 팔아도 큰돈을 벌 수 있었다.

그 당시에는 청바지 생산업체도 많지 않은데다 청바지에 대한 고객들의 니드와 선호 역시 단순(또는 획일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는 시장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가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진화된 지 이미 오래다.

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고객들의 니드와 선호는 매우 고급스러워졌고, 청바지를 생산하는 업체간 경쟁도 매우 치열해졌다.

지금 시장에 나가보면 수백 종류의 청바지들이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을 뽐내며 한층 입맛이 까다로워진 고객들의 간택揀擇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바지를 생산하는 업체의 CEO는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의 청바지가 시장에서 고객들의 호평好評을 받으며 잘 팔릴지? 알 수 없다.

따라서 CEO는 예전처럼 “○○청바지를 ○○○○벌 만들어서 시장에 공급하라!”는 구체적인 작업지시를 내릴 수 없다.

이제 CEO에게는 시대적 트렌드에 대한 성찰과 고객의 욕구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토대로 시장에서 어떤 유형의 청바지가 히트할 것인지를 예측해서 자신과 생산부서에 제안할 수 있는 문제해결형 인재가 필요하다.

CEO가 오더를 내릴 수 없는 카오스적인 상황에서, “당신이 분부만 내려주시면 최선을 다하겠다!”는 I자형 인재의 다짐은 공허한 주장일 뿐이다.

필자는 문제해결형 인재를 제너럴라이징 스페셜리스트generalizing specialist라고 정의하고 싶다.

국내외 인재관리 전문가들은 그런 유형의 인재를 골드 칼라gold color라고 명명하고 있다.

또 이건희 회장은 그들을 ‘T자형 인재’라고 부르며, 그들의 확보를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이들 인재의 공통점은 다방면에 대한 폭넓은 교양과 지식을 갖고 있는 동시에 자신의 ‘업(특정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안목)’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해결형 인재와 현행 교육시스템의 치명적인 한계

우리의 현행 교육시스템은 평준화 교육체제다. 평준화란 용어가 말해주듯이, 평준화 교육체제는 학습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나 그것이 부족한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한데 섞어서 교육시키는 제도를 말한다. 그러다보니 몇 가지 측면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첫째, 아주 공부를 잘하는 학생, 보통 수준의 학생, 학습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학생을 한 교실에다 놓고 교육을 시켜야 하는 교사로서는 중간수준에 맞춰서 강의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수업시간에 낮잠을 자거나 딴 생각을 해야 하는 두 부류의 학생들이 생겨나게 된다.

아주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교사의 설명에 지적 흥미를 잃고 낮잠을 자야하고,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학생은 교사의 얘기를 알아들을 수 없기 때문에 딴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때워야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학교에서 휴식을 취하며 에너지를 보충한 이들 두 부류의 학생들이 방과 후에는 학원이나 과외장소에서 다시 만난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부모들의 전대錢臺를 푼 엄청난 돈을 낭비해 가면서...

오늘날 공교육의 붕괴와 사교육비 문제는 이와 같은 평준화 논리와 변별력이라는 두개의 상반된 개념이 충돌한 결과인데도 불구하고 교육인적자원부 관료들만 모르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진정한 교육선진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무능한 관료집단인 교육인적자원부를 해체시키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둘째, 평준화 교육체제에서 우리 아이들이 받는 교육은 창의적인 교육이 아니라 암기전문형 교육이다.

획일적인 사고와 정형화된 교육의 틀 속에서 교사가 스테레오타입으로 가르치는 단순지식만을 암기하면서 20%의 성공확률이 보장된 5지선다형 문제를 100만개를 풀어야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나라가 우리 한국이다.

그런데 5지선다형 문제를 100만개나 풀어야 한다는 것은 비슷한 유형의 문제가 출제되었을 때, 어느 누가 그 문제를 재빨리 풀 수 있는가?에 교육의 초점에 맞춰져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외국 상품을 단순 모방할 때나 필요한 능력이지, 창조적 개량이나 원천기술개발을 전담할 문제해결형 인재양성에는 부적합한 교육모델이다.

게다가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기술개발의 성공확률은, 산업화 사회의 발명왕인 에디슨이 백열전등의 개발에 성공했던 확률(=0.005%)보다 훨씬 더 낮다.

그런데 20%의 성공확률이 원천적으로 보장되는 학습게임에 익숙했던 아이들이 과연 성공확률이 0.005%에도 미치지 못하는 고난이도高難易度의 학습게임에 흥미를 느끼고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을까?

아무리 100보를 양보해서 생각해봐도 결론은 회의적일 뿐이다. 앞으로 우리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지니는 독창적인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작은 문제 하나를 놓고 몇일 동안, 그리고 여러 각도에서 이리저리 고민해보는 진지한 자세와 입체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창의력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능력뿐만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상호 연관짓거나 종합해서 좀더 새로운 것으로 변화시키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런 관점에서 바라볼 때, 평준화 교육체제는 아이들의 창의력을 갉아먹는 생쥐 같은 존재라고 말할 수 있다.

셋째, 평준화 교육체제는 인재의 평가 및 선발방법에 있어서도 시대착오적일 뿐만 아니라 정부의 불필요한 규제가 매우 심하다는 문제가 있다.

100미터 달리기 시합처럼 획일적 기준(예: 스피드)하에서 한쪽 방향으로만 경쟁을 시키는 평준화 교육체제는 ‘나도 살고 너도 사는’ 윈-윈 게임이 아니라 ‘내가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너를 죽여야 하는’식의 제로섬 게임에 가깝다.

그런데 지식정보화 사회의 창의적 활동은 여러 사람이 공존공영의 자세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할 때 그 효과가 배가된다는 특성이 있다.

브레인스토밍을 통한 아이디어의 결집이나 제대로 된 팀워크의 발휘를 위해서도 조직 구성원간의 상호협력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평준화 교육체제는 그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교육체제다.

일례로 학교운동회에서 100미터 달리기 시합을 하는 아이들의 표정을 살펴보라. 1등을 한 녀석도 찡그리고 들어오고, 꼴찌를 한 녀석도 우거지상을 하면서 들어온다.

1등을 한 녀석은 선두주자가 되려고 옴힘을 다해서 달렸기 때문에 숨이 차고 힘이 들어서 고통스런 표정을 짓고, 꼴찌를 한 녀석은 다른 사람들에게 창피하기 때문에 일그러진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획일적 기준 하에 한쪽 방향으로만 아이들을 내모는 경쟁은 우리 아이들 모두를 지치고 피곤하게 만들뿐이다.

만약 아이들을 숲 속에다 풀어놓고 다양한 경품이 적힌 보물찾기를 시켰다면, 과연 그들이 100미터 달리기 시합 때처럼 찡그린 표정을 지을까?

이와 비슷한 예는 운전자의 경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자동차도 한쪽 방향으로만 갈 때는 앞차와 뒤차 사이에 실랑이가 자주 벌어진다.

특히 왕복 2차선 길에서 앞차가 조금이라도 늦게 가는 경향을 보이면 뒤차 운전자는 그것을 참지 못하고 상향 등을 번쩍거리면서 “빨리 가라!”는 협박성 사인을 보낸다.

그러나 서로 다른 방향에서 달리는 자동차 운전자들은 반대편 운전자에게 협박을 하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는 상향 등을 켜주는데, 그것은 “빨리 가라!”는 협박성 사인이 아니라 “당신의 200미터 앞에서 교통경찰이 단속카메라를 작동시키고 있다.”는 협조성 사인이다.

향후 우리의 교육시스템도 협박성 사인이 아니라 협조성 사인이 작동할 수 있도록 재설계되어야 한다.

넷째, 평준화 교육체제 하에서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목적에서 시도되는 ‘교과목선택’제도는 아이들의 다양한 교양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제도로서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는 제6차 교육과정에서 했던 것처럼 전 과목을 골고루 학습해야 한다.

인문·사회과학분야로 대학을 진학하려는 학생들도 수학, 물리, 화학, 지구과학, 생물과목 등을 폭넓게 공부해야 하고, 이공계나 자연계 대학으로 진학하려는 학생들도 역사, 세계사, 지리, 일반사회(정치, 경제, 사회문화, 법) 등을 폭넓게 공부해야 한다.

그래야만 다방면에 걸쳐 풍부한 교양지식을 갖춘 인재가 되어 제너럴라이징 스페셜리스트로서 대성할 수 있다.

자고로 돈벌이에는 돈이 밑천이 되듯이, 지식정보화 사회가 필요로 하는 ‘T자형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전공영역 이외의 분야에 대한 소양공부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현행 교육체제는 그러한 시대적 요구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기 때문에 ‘구인난 속의 구직란’이라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김덕수 교수
충북대학교 경제학과, 고려대학교 대학원 경제학과 석박사과정을 이수하고 1995년도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동안 한국증권거래소 조사부, 고려대학교 강사, KAIST 경제분석연구실 선임연구원, 일본 과학기술정책연구소 객원연구원,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 중등임용고사 출제위원, 국무총리실 소속 산업기술연구회 정부출연구소 기관평가위원, 자유민주연합 혁신위원회 위원장, 대구교통방송 경제해설위원, 공주대학교 기획연구부처장을 역임했다. 현재 공주대학교 교수회장 겸 사범대학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생각을 달리하면 희망이 보인다>, <김덕수 교수의 통쾌한 경제학>, <김덕수 교수의 경제 IQ높이기>, <김덕수 교수의 경제 EQ높이기>, <맨주먹의 CEO 이순신에게 배워라>, <한국형 리더와 리더십>, <게임의 지배법칙으로 자기를 경영하라> 등 다수가 있다
< 공주뉴스=김덕수시민 기자/ news@gongjunews.net> >> 김덕수시민 기자 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