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인 억새풀로 장관인 ‘영남알프스’

2007. 2. 13. 22:58아름다운 글

환상적인 억새풀로 장관인 ‘영남알프스’
유옥희시민기자의 울산 신불산(神佛山) 산행기
2007-02-10 18:53:11
울산의 신불산은 해발 1,209m로 영남에서 두 번째 높은 산이며, 취서산에서 신불산으로 가는 평원이 가을이면 환상적인 모습으로 변해 영남의 알프스로 불린다.

신통치 않은 몸 이끌고 시원스런 새벽 공기 가르며 나선다. 이 핑계 저 핑계 둘러대며 1년이면 두 세 번씩 빠지는 게 일쑤였는데...

나름대로 계획과 각오로 정규산행 만큼은 꼭 참여키로 했던 나와의 약속. 예행산행 없이 무모하게 출발한 오늘의 목적지는 ‘神佛山 산명부터 심상찮다.

오전 7시, 우선 따끈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반가운 얼굴들과 눈인사 나누며 버스에 올랐다. 바쁜 일정으로 오늘 산행은 불참이라는 회장님을 비롯한 몇몇 회원들을 뒤로하고.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시끌벅적한 웃음소리, 총무의 전월산 결산보고, 등반대장의 코스안내와 주의사항이 계속 이어진다.

딸의 수능시험으로 불참하게 된 상희님이 보낸 떡을 돌리며 모든 회원들이 한마음으로 마음껏 실력 발휘하길 빈다.

울산으로 향하는 차 속에서 차기회장을 뽑는 이색 투표가 진행되고, 전 회장이 만장일치로 선출해 연임됐다. 그러나 선출된 당사자가 불참해 취임 인사는 다음을 기약해야 할 것 같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 달 동안 쌓아 놓았던 수다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어느새 울산 가천마을에 도착, 산행을 시작한다.


등산화 끈을 단단히 졸라매고, 좁은 오솔길을 일렬종대로 올라간다. 그 푸르던 잎들은 다 바래고, 떨어지고 바스락거리는 낙엽 밟으며, 거스를 수 없는 계절의 굴레를 애써 외면하려 하지 않고 묵묵히 거닐고 있다. 지금 우리는.

누군가 “생각이 많아 산에 갔더니, 생각이 다 없어지더라” 했다는데, 난 아직도 떨칠 수 없는 생각들로 가득하니.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갈수록 몸은 천근만근이다. 그러나 몇몇 회원들은 에너지가 넘치는지 한참을 앞질러 간다.

등반대장이 통제를 하지만 역부족이다. “먼저 가는 사람, 회장하기”라며 누군가가 일침을 놓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키 작은 소나무가 군데군데 있고, 나지막한 억새풀로 지천인 간월재에 접어들면서는 정말 한걸음 내 딛기도 벅차다. 잡힐 듯 말 듯 정상은 아직도 까마득하다.

곧바로 억새평원이 펼쳐지고, 잘 꾸며진 공원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회원들은 벌써 식사를 하고 있고, 나와 최선생은 간단한 주먹밥으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사실 이 번 산행부터 쓰레기를 줄이는 차원에서 간단히 주먹밥을 준비하기로 약속 했었다.


점심을 끝내고 내려오는 길에 그 아름다운 공원에 집채만큼 쌓여있는 쓰레기더미를 보며 “저것 봐, 저 쓰레기 우리부터 줄이기를 잘 했지”, 앞으로 산에 오를 땐 가벼운 음료나 간단한 주먹밥만 준비할 것을 굳게 다짐하며 내려왔다.

날씨 탓인지, 피곤한 몸 때문인지 붉게 타는 단풍 감상은 힘들 것 같고, 영남의 알프스라는 수식어조차 쉽게 공감가지 않는다.

먼저 내려간 회원들이 집결지를 지나 수 킬로를 더 갔다가 되돌아오는 해프닝을 보면서 사전답사 없을 때는 인솔자의 지시사항을 잘 따라야 한다는 사실 명심하시길.

이름모를 하천에 하얗게 쌓인 잔설을 바라보며 자연의 신비함을 새삼 실감한다. 이제 어둠이 내린 신불산을 뒤로하고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 공주뉴스=유옥희시민 기자/ leeguny98@paran.com> >> 유옥희시민 기자 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