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영하권의 초겨울 추위가 찾아왔습니다. 오늘 나오실 때 옷차림을 따뜻하게 하셔야 겠는데요. 밤사이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현재 서울과 경기 14개 시·군에는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입니다.”

TV를 통해 흘러나오는 기상 캐스터의 날씨 예보에 서 모 씨의 마음이 무겁다. 추위 얘기만 나오면 확 짜증이 몰려온다. 애써 태연한 척 하지만 오늘 출근길 발걸음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천근만근이다.

‘공사장 막일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하루살이 인생, 우리 집은 언제쯤 볕 뜰 날이 올까? 우리도 남들처럼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날이 올까?’하는 암울한 생각에 서 씨는 재촉하던 걸음을 멈추고 옷깃을 여민다. 오늘따라 유난히 온 몸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매서운 칼바람에 몸서리가 쳐진다.

◆ 이 겨울 화단 조성 공사에 한숨만

버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조차 스산하다.

도로 중앙분리대 화단 조성 공사가 서 씨의 눈에 들어왔다. 엊그제 공주산성전통시장에 들렀을 때도 중앙분리대가 설치돼 있던 데 공주시는 예산이 남아도나, 가뜩이나 길도 좁은데 누구를 위해 왜 이런 쓸데없는데 돈을 쓸까하는 생각이 든다.

관광도시 이미지에 걸맞은 아름다운 가로경관 조성까진 좋은데 이런다고 살기 좋은 도시가 될까? 사람들은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고, 먹고 살기 힘들어 하나 둘 떠나는 마당인데 정작 쓸덴 안 쓰고 엉뚱한데 예산을 낭비하고 있으니. 서 씨는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치민다.

한옥촌을 조성한다며 한옥을 짓는 사람들에게 무려 1억 원 넘게 지원하면서, 도심 곳곳에 쌈지주차장을 조성하고 소방도로를 낸다며 수 억~수십억 원씩 들여 땅을 사들이면서, 더 쓸 수 있는 관용차를 내구연한이 됐다는 이유로 수천만 원씩을 펑펑 쓰면서, 연말만 되면 멀쩡한 보도블록 걷어내고 다시 깔면서 그 흔한 도시가스 하나 놓지 못하고 있으니 이게 정말 함께하는 복지고 시민행복을 위한 도시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아파트 관리비까지 지원 조례를 만들어 도와주고, 출산을 장려한다며 여러 가지 혜택을 마련했다는데… 누구는 아는 시의원, 국회의원 동원해 민원을 해결했다던데. 우리처럼 줄 없고 빽 없는 사람들은 철저히 무시당하고 외면당하고 있으니.

부자였으면 이런 곳에 살지도 않겠지만, 부자고 힘 있는 사람이었으면 이런 푸대접도 받지 않았을 터인데. 만일 이곳이 요즘 잘나가는 대통령이 살고, 국회의원이 살고, 시의원이 살았으면 이랬을까?

가난은 죄가 아니라했는데 요즘 세상은 가난이 죄다. 가족들을 따뜻하게 보살피지 못하니 죄인일 수밖에.

국민을 대표해서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사람들이 엉뚱한 짓이나 하고 있으니 이게 제대로 된 나라고, 제대로 된 사회인지 묻고 싶다.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나라를 어지럽히고, 시의원이라는 작자들은 완장싸움에 혈안이니 쓰레기 같은 현실에 치가 떨린다.

◆ 서민감성 어루만지는 정치 아쉬워

표 많은 곳만 달려가고, 큰 소리 치는 사람들만 무서워하고, 가진 사람들에만 아양 떨기 바쁜 시의원들의 행태도 꼴불견이다. 몇 안 된다는 이유로, 힘없다는 이유로, 큰 소리 안친다는 이유로 거들떠도 안 보니 젠장.

서 씨는 도시가스를 놓기 위해 여러 번 민원을 넣지만, 공주시는 예산타령만 하고 있다.

도로 상의 개인 땅까지 사줄 여유가 없다는 대답만 되풀이 하고 있다. 도로를 건설하고 확포장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위한 정치에는 앞장서면서 몇 안 되는 서민들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있으니 울화통이 터진다. 나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공주시민인데… 개인도 행복할 권리가 있는데. 다수의 행복을 위한 일에만 열중이니 이게 다음 선거를 의식한 ‘선심정치’ 아니면 뭐겠나.


지적공부상 도로로 정리되지 않은 사례에 대한 일제조사 및 생활불편 최소화를 위한 일에 나서달라고 외치지만 시장도, 시의원도, 국회의원도 꿀 먹은 벙어리다.

도시가스가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의 지원방안 마련, 주거형태 간 불균형 해소, 도시가스의 공급체계 전환과 공급업체의 배관공사 직영 등도 제안했지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그들이 그러고도 서민을 위해 정치를 한다고 떠들고 있으니 소가 웃을 노릇이다.

도시가스 공급률을 높이겠다고 수치 목표 달성에만 열을 올릴 게 아니라, 상대적 박탈감에 몸서리치는 서민들이 없도록 되돌아 봤으면 하는 게 서 씨의 바람이다. 도시가스 놔드리겠다는 정진석 의원도 매서운 찬바람에 서러워 우는 이들이 없는지 살펴 볼 일이다.

영하권의 초겨울 추위가 찾아온 요즘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해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는 광고카피가 떠오른다.

“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놔드려야겠어요.”

에너지 빈곤층을 오롯이 감쌀 수 있는 정책이 나왔으면 한다. 혜택이 고르게 퍼져 모두가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는, 서민들의 감성을 어루만지는 ‘감성터치’의 정치가 그립다.

공주=이건용 기자 lgy@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