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 전 찬란한 백제문화 부활을 알리다
2015. 6. 7. 16:06ㆍ생생공주
1500년 전 찬란한 백제문화 부활을 알리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앞둔 공주 공산성(송산리고분군)을 가다-③백제 타임캡슐 연 무령왕릉
데스크승인 [ 14면 ] 2015.06.04 이건용 | lgy@ggilbo.com
유물 108종 4600여점 쏟아져
능 주인 밝힌 첫 삼국시대 무덤
동양 3국 문물 이용 만들어져
문화콘텐츠 개발 박차 가해야
1971년 7월 여름은 한국 문화재 발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중요한 날이다.
그해 여름 긴 장마 탓에 공주시 금성동에 위치한 송산리 6호분 내부의 침수 가능성이 높아졌다.
배수로 공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서 배수로 작업을 하던 한 인부의 삽에 단단한 무엇이 부딪혔다. 송산리 6호분에서는 볼 수 없는 아치형 구조물로 또 다른 무덤의 입구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공사는 중단됐다.
◆ 삼국시대 무덤 중 첫 무덤주인 확인
발굴단은 무덤 입구에서 ‘영동대장군 백제 사마왕’이라고 적힌 지석(죽은 사람의 인적사항이나 무덤의 소재를 기록한 돌)을 발견하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수많은 문화재가 소실된 상황에서 도굴되지 않은 고대무덤을 발견한데 이어 삼국시대 무덤 중 유일하게 무덤의 주인이 확실히 밝혀진 최초의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백제 제25대 무령왕의 능에서는 동발(銅鉢)과 청자육이호(靑磁六耳壺), 지석(誌石) 2매와 오수전 한꾸러미, 석수(石獸), 금제관식, 금귀걸이, 금목걸이, 금제 뒤꽂이, 용봉문환두대도(龍鳳文環頭大刀) 등 무려 108종 4600여 점의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이 가운데 12종목 17건이 국보로 지정될 만큼 백제사는 물론 한국 미술사 연구에 있어서도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무령왕릉의 또 다른 특징은 동양 3국의 문물을 이용해 만들어졌다는 것. 백제시대의 다른 무덤과는 달리 특이하게 벽돌을 쌓아 무덤방을 만들었고, 이는 중국 남조의 영향 속에 축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일본 남부지방에서 자생하는 금송으로 관을 짜 당시 중국·일본과 활발히 교류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더불어 지석은 삼국사기에 실린 내용의 신빙성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백제사 연구에 한 획을 긋게 했다.
지석과 더불어 이곳에서 발견된 각종 유물과 무덤벽돌의 제작 수준 및 공법을 통해 백제웅진시대의 문화적 우수성과 뛰어난 건축기술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무령왕릉의 발견은 백제의 타임캡슐을 연 것으로, 1500년 전 찬란했던 백제문화의 부활을 알린 일대 사건이었다.
◆ 백제의 부활, 우리 몫이다
세계유산 등재를 앞둔 송산리고분군에는 무령왕릉 외에도 6개의 무덤이 더 있다.
하지만 이중 능의 주인이 정확히 밝혀진 것은 무령왕릉뿐으로, 나머지 능들은 임의로 1호, 2호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6호분의 경우 무령왕릉의 유명세에 눌려 시선을 끌지 못하고 있지만, 발굴 당시 백제의 유일한 전축분(塼築墳)으로 사면 벽에 사신도 벽화가 그려져 있어 백제연구의 고고학적 가치가 큰 고분이다.
이변이 없는 한 공주를 대표하는 공산성과 송산리고분군이 오는 6월28일부터 7월 8일까지 독일 본에서 열리는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가 확실시된다.
공산성과 송산리고분군은 찬란했던 교류왕국 백제의 문화 진수라는 점에서, 백제의 역사와 내세관·종교·건축기술의 미학을 보여주는 유산이자 백제 역사와 문화의 특출한 증거임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에 자랑할 만한 문화유산이다.
잘 가꾸고 보존해야 하는 것 못지않게 다양한 문화콘텐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만 백제의 중흥을 이끌 수 있고 세계인들의 발길을 불러 모을 수 있을 것이다. <끝>
공주=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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