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시안적 단견 '경제논리'에 집착해서야

2011. 2. 16. 05:51아름다운 글

근시안적 단견 '경제논리'에 집착해서야
금강헤럴드 이건용 기자 칼럼
2011년 02월 16일 (수) 04:56:20 이건용 기자 leeguny98@hanmail.net

   
 
경제성은 어떤 일을 추진함에 있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성 논리에만 매몰돼서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미래를 내다볼 수 없다.

특히 최근 당장 눈앞의 결과만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인식과 모든 것의 가치를 경제성 여하에 따라 판단하는 단견이 범람하면서 사회적 안정, 형평, 균형발전, 삶의 질 향상 등등의 또 다른 중요한 사회적 가치들을 희생시키고 있다.

경제성(經濟性)이란 재물, 자원, 노력, 시간 따위가 적게 들면서도 이득이 되는 성질로, 경제성 분석은 투자사업의 효율성 평가에 널리 활용되어지고 있는 기법이다.

이러한 경제성 지표는 사업 타당성과 효율성 정도를 보여주는 유용한 척도는 될 수 있지만, 간접적·장기적이고 총체적인 경제적 효과를 다 산정해 낼 수는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일례로 농언농촌에 대한 투자, 재래시장 및 중소상인들에 대한 투자, 우주개발에 대한 투자, 환경에 대한 투자, 수학·물리학 등 기초학문에 대한 투자, 사회복지에 대한 투자 등을 놓고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내팽개칠 수만은 없는 노릇 아닌가.

그리고 이들 사업이 절대로 경제성이 없는 매몰비용만은 아니라고 본다. 직접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하더라도 우리는 경험적으로 이들 사업이 사회 전체와 유기적으로 결합되면서 상호 시너지 효과내지는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을 터득하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한 투자가, 무한 경쟁시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투자가 오히려 국가와 국민의 풍요를 약속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이지 않는 숨은 가치와 총체적인 미래가치를 경제성 지표와 같은 단순한 셈법만으로 예단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경제성은 합리적인 선택을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기자가 주목하는 것은 최근 공주시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추모공원 사업과 한옥마을 사업이다. 이들 사업을 놓고 벌어지는 일련의 논란을 바라보면서 너무 경제성 논리에 집착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앞선다.

특히 유권자들을 위한 무한 읍소와 표를 의식한 해자라기 근성으로 인해 산술에 서툴 줄 알았던 市의원들이 경제성 잣대를 들이대며 발목을 잡는 것을 보면 한마디로 ‘난센스’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하면 스캔들’이라는 식이다. 내가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쓰는 예산(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당연한 예산이 생색내기용 예산으로 전락) 등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이외의 투자에 대해선 비경제적이고 비효율적인 것으로 치부한다.

추모공원(화장장)과 한옥마을은 단순한 경제논리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사회적 공공성과 사회 전체의 이익, 파급효과, 미래가치, 지속성장 가능성 등의 또 다른 잣대와 함께 종합적·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

경제성 논리를 무시하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근시안적인 단견에만 집착해서는 곤란하다는 얘기이며, 자신의 익숙한 방식에 어긋나는 것은 모두 불합리하다고 하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박찬호 선수의 1승이, 이청룡의 한 골이, 한편의 드라마가, 예술가의 상상력이, 과학자의 포기하지 않는 집념을 경제적인 가치로 따질 수 없듯이 시대와 국민정서에 부합한 지도자의 현명한 판단과 과감한 결단 또한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한 고민이라는 점에서 무한한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