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근로, 농촌일손 뺏어가 농민 '울상'

2009. 6. 5. 00:48아름다운 글

 희망근로, 농촌일손 뺏어가 농민 '울상' 
 농번기 겹치면서 일꾼 모셔오기 경쟁에 인건비 껑충
  글쓴이 : 이건용     날짜 : 09-06-04 21:18    
▲ 일자리 창출을 위한 '희망근로' 사업이 농촌일손부족을 부채질, 농민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며 과수농가들이 공주시청 앞에서 항의하고 있다.
ⓒ 특급뉴스 이건용

정부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희망근로’ 사업이 농번기를 맞은 농민들에게 일손부족, 인건비 상승 등 이중삼중의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이달 1일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간 ‘희망근로 프로젝트’ 사업이 한해 농사를 시작하는 농번기와 맞닥뜨리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처한 농민들을 울리고 있다.

4일 공주시청 앞 광장에는 이를 항의하기 위한 과수재배농가 30여명이 농약살포기 등의 농기계를 끌고 나와 집단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날 “그나마 있던 인력마저 공주시의 희망근로사업에 다 빼앗기고 있다”며 “일꾼을 사기 위해 웃돈을 얹어 주는 등 모셔오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 “일손부족 때문에 인건비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며 대체인력을 투입해 줄 것과 인건비 상승에 다른 차액을 시나 정부가 변상해 줄 것을 촉구했다.

우성면 과수출하작목반장인 오 모(60)씨는 “오죽했으면 이 바쁜 시간에 농사일을 포기하고 여기 나와 목청을 높이겠냐?”면서 “기름값, 원자재값 상승으로 고통 받는 농민들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훼방을 놓는 것은 아예 농사를 포기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씨는 또 “희망근로 사업에서 벌이는 일은 농사일에 비해 쉽고 편하면서 임금도 높다보니 희망근로 쪽을 선호하고 있다”며 “이러다 보니 일꾼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고 하소연했다.

오 씨는 이어 “어려운 사람들 도와준다니 사업을 아예 안 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농번기만큼은 피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농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며 정부 정책을 비난했다.

▲ 화가 난 농민이 "농촌일손부족 해결 및 인건비 상승분을 보전해 달라"며 살포기로 물을 뿌리며 시위하고 있다.
ⓒ 특급뉴스 이건용

사곡면에서 배 농사를 짓고 있는 안 모(52)씨는 “주저앉고 싶은 심정이지만 생계 때문에 일손을 놓을 수도 없고 참으로 답답하다, 왜 이렇게 벼랑 끝으로 내 모는지 모르겠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안 씨는 이어 “희망근로를 선택한 것은 참여자들의 몫이지만,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은 행정당국 아니냐?”며 “따라서 그 해법과 대안도 정부나 시가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농민들의 하소연에 대해 시 관계자는 “농민들의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인건비 상승분까지 보상해 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인건비 상승 부분은 간접피해로 마땅한 보상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형평성 차원에서도 수용 불가능한 요구”라며 “부족한 일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는 배농사의 특성상 이달 25일까지 일을 마치지 못할 경우 장마철과 겹치면서 1년 농사를 망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희망근로 참여자의 농촌 기동배치(농촌일자리 돕기 지원단 운영) 및 영농지원 자원봉사활동 등 대체인력 투입을 서두르고 있다.

한편, 희망근로 사업이 농촌 일손부족 현상을 부채질할 것이란 지적 등 부작용이 예견됐음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대안없이 일단 시행하고 보자는 식의 정부의 무책임한 행정이 농민들의 공분을 또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공주시의 ‘농촌일자리 돕기 지원단’ 기동배치 등의 여러 가지 노력도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으로, "본격적인 영농철이 다가오기 전에 미리미리 해법을 세워놨어야 했다"는 여론이다.
< 특급뉴스=이건용 기자/ leeguny98@paran.com> >> 이건용 기자 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