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산성시장 노점상정비 “오락가락”

2009. 6. 3. 00:11생생공주

공주 산성시장 노점상정비 “오락가락” 
3천만원 들인 가판대 사용 기피..예산낭비 지적도
  글쓴이 : 이건용     날짜 : 09-06-02 17:54    

▲ 공주 산성재래시장 비가림 시설 내로 들어온 노점상들이 市가 제공한 가판대 사용을 여러 가지 이유로 기피, 바닥에 물건을 진열해 놓으면서 예산낭비 지적이 일고 있다.
ⓒ 특급뉴스 이건용

공주시가 큰 진통을 겪으면서까지 추진한 산성재래시장 노점상 정비사업이 오락가락하면서 노점상들의 원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시는 지난해 8월 22억원을 투입, 구 KT부지에 241면의 공영주차장을 준공하면서 진입 도로변에서의 노점행위를 원천 봉쇄키로 방침을 세우고, 이들 노점상들을 비가림시설 안으로 끌어 들였다.

또 신규 발생하는 노점상과 전국 재래시장을 도는 장돌뱅이들의 노점행위는 원천 봉쇄키로 방침을 세우고, 노점상 가판대 76개 제작 및 차선도색 등에 3,000만원을 투입했다.

시는 노점상 정비를 통해 쾌적한 거리질서를 확립하고, 노점과 상가가 상생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재래시장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다는 방침이었다.

▲ 3,000만원을 들여 제작한 노점상 가판대가 시장 한쪽에 방치돼 있다.
ⓒ 특급뉴스 이건용

그러나 채 반년도 지나지 않아 원점으로 회귀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실제로 노점상 가판대는 애물단지로 전락해 시장 구석에 방치돼 있고, 전국을 떠도는 장돌뱅이들이 운집한 시내버스 터미널 인근 고추전 거리는 아예 손도 대지 않고 방치돼 있다.

 

시의 이러한 원칙없는 행정에 대해 일부 노점상들은 “시민들에게는 모질게 굴면서 외지 장돌뱅이들에게는 관대한 것 아니냐?”는 날선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사정이 이쯤 되자 관내 노점상들의 반발 수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산성시장의 한 노점상은 “시민들이 봉이냐?”면서 “외지 사람들은 단속하지 않으면서 애꿎은 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일관성 없는 행정을 비난했다.

상선시장에서 노점상을 하는 한 할머니는 “가판대에 물건을 올려놓으면 손님들이 떼어다 파는 걸로 알고, 가격도 비싼 것으로 안다”면서 “시가 제작해 준 가판대가 오히려 장사에 방해만 주고 있다”고 말했다.

노점 할머니는 또 “물건을 바닥에다 펼쳐 놓으니 뒤쪽 상가도 시야가 트여 좋아하고, 손님들의 시선도 더 끄는 것 같다”며 “가판대 높이에 맞춰 의자에 앉아있으려니 허리도 아프고 이래저래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어 “소방서나 공주시에서는 화재를 걱정하는데 막말로 불이 나서 다 죽게 생겼는데 물건 챙길 시간이 있겠냐?”면서 “바닥에 펼쳐 놓으면 그냥 두고 몸만 빠져 나가면 되지만, 가판대가 있으면 오히려 소방차 진입을 막아 더 큰 화재로 번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 노점상들이 빠져 나간 자리는 상가들의 상품 진열대로 변해 있으나,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으면서 쾌적한 거리를 조성하겠다던 시 방침은 오간데 없다는 지적이다.
ⓒ 특급뉴스 이건용

한편, 시는 지난해 200여 노점상들을 비가림시설 안으로 끌어 들이면서 일부 노점상들이 고추전 골목인 구 보건소 골목으로의 이전을 희망했으나, 외지 상인들과의 구분이 힘들고 형평성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불허했다.

이에 따라 이곳 고추전은 전국을 떠도는 외지 상인들의 독차지가 돼버렸다. 이 때문에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냐?”는 형평성 시비를 낳고 있다.

또 노점상들이 떠난 자리는 오히려 얌체 상혼이 판을 치면서 쾌적하고 깔끔한 거리를 조성하겠다던 공주시의 방침은 온데간데없다.

중앙약국에서 산성교에 이르는 300m 구간은 주변 상가들의 상품진열대로 변한지 오래고, 도심 곳곳에서 얌체 상혼이 판을 치지만 무슨 이유에서 인지 단속의 손길은 요원하다.

이래저래 힘없고 배경없는 소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하소연이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지만 시는 묵묵부답이다. 공주시가 어떤 선택을 할지,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 특급뉴스=이건용 기자/ leeguny98@paran.com> >> 이건용 기자 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