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 없는 도자기축제..노랫소리만 요란

2009. 4. 13. 03:06생생공주

도예 없는 도자기축제..노랫소리만 요란 
도자기관련 프로그램 전무.."몇몇을 위한 돈 잔치"
  글쓴이 : 이건용     날짜 : 09-04-12 23:58    
▲ 지난 8일~15일까지 공주시 반포면 학봉리 동학사 일원에서 펼쳐지고 있는 ‘계룡산도자기축제’가 몇몇을 위한 그들만의 축제라는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 특급뉴스 이건용

공주시 반포면 학봉리 동학사 일원에서 펼쳐지고 있는 ‘계룡산도자기축제’가 몇몇을 위한 그들만의 축제라는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는 “도자기와 관련한 프로그램이 전무하다시피한데 이게 무슨 도자기 축제냐? 기획 단계부터 잘못된 ‘돈 빼먹기 축제’에 불과하다”라는 비아냥까지 들려오고 있다.

공주시는 지역축제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지역에서 열리는 동학사 벚꽃축제와 분청사기를 통합, ‘계룡산도자기축제’로 이름을 바꾸고 각각 2,000만원씩 지원하던 것을 올해 5,000만원으로 지원예산도 2배 이상 크게 늘렸다.

그러나 통합 초기부터 삐걱거려 반포면 상신리의 계룡산도예촌 작가들은 분청사기 축제와 벚꽃 축제는 서로 분위기도 맞지 않고 성격도 다르다는 이유를 들어 일찌감치 참가 포기를 선언, “반쪽축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상황이 이쯤 되자 축제추진위(동학사번영회)측은 부랴부랴 충주, 논산 등의 외지업체들을 섭외, 공주가 철화분청의 본고장임을 널리 알린다는 당초 취지는 오간데 없고 도자기 판매·전시장으로 변질됐다.

여기에 일부 지역 도예가들과 몇몇 대학교수들이 참여하긴 했지만 이들 조차도 “주최 측의 농간에 속았다”며 철수하려 했지만 지인들의 만류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돼 버렸다.

▲ 관객도 없는 썰렁한 무대에서 요란한 마이크 소리가 귀청을 따갑게 해 봄꽃을 즐기러온 상춘객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것은 물론 무대 주변에 입주한 상인들은 "소음때문에 파리만 날리고 있다"며 원성을 쏟아 내고 있다.
ⓒ 특급뉴스 이건용

지역의 한 도예가는 “당초 주최측에서 학봉리 온천지구 대중목욕탕 2층 약 300여평의 공간에 철화분청 작품 전시관을 마련해 주는 조건으로 지역 작가와 대학 교수 몇몇이 참여했으나, 약속을 어기는 바람에 울분을 토하고 있다”면서 “주 무대를 만들 돈으로 갤러리를 만들었으면 지역의 분청사기를 제대로 알리는 근사한 공간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역의 작가들을 한낱 장사꾼으로 취급하는 그들이 원망스럽고, 울고 싶은 심정”이라면서 “다시는 이런 축제에 끼고 싶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명색이 도자기 축제라면서 도자기 관련 프로그램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지역의 분청사기를 제대로 알리기 위한 축제라면서 홍보 리플릿에 딱 한줄 언급돼 있다. 뭐가 잘 못 되도 한참 잘 못 됐다”며 혀를 찼다.

이번 축제에 참가한 한 업체 관계자 또한 “기껏 불러 놓고 뭐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시도 때도 없이 노래판을 벌여 손님들이 왔다가 하도 시끄러워서 흥정은 고사하고 파리만 날리고 있다”며 주최측의 무성의를 비난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도자기를 흥정하려면 20~30분 공을 들여야 될까 말깐데 옆에서 저렇게 난장판을 만드니 온 손님도 도망가기 바쁘다”며 “노래자랑 축제를 열지 뭐 하러 도자기 축제를 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 주 무대 옆의 한 부스는 소음을 참다 못해 곧바로 철수했다. 또 주 무대를 설치한다며 이미 설치된 부스들을 개막 하루 전날 다 뜯고 옮기게 해 원성을 사고 있다.
ⓒ 특급뉴스 이건용

계룡산 철화분청사기의 멋에 매료돼 매년 축제장을 찾는다는 공주시 옥룡동의 이 모(43)씨는 “열 대 여섯 남짓한 관중을 위해 저 큰 무대를 왜 만드는지 이해가 안 간다”면서 “차라리 그 돈으로 벚꽃 길 중간 중간에 도예체험 무대를 만들었으면 더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어 갈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런 저런 불만과 비난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지만 축제추진위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도자기축제 추진위원장은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두절, 어떤 책임있는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지역축제를 대대적으로 손질해 경쟁력 있는 축제로, 명품축제로 바꿔놓겠다던 공주시의 의지는 어디로 간 것인지 실망스럽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축제기간동안 수십만이 다녀간 만큼 성공한 축제로 치부한다면 이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며, 굳이 축제가 아니었어도 만개한 벚꽃을 보기 위해 수십만의 상춘객이 몰렸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따라서 공주시는 이제라도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게 무슨 도자기 축제냐, 차라리 노래자랑 잔치로 바꿔라”, “몇몇을 위한 그들만의 돈 잔치 아니냐?”는 등의 비아냥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 특급뉴스=이건용 기자/ leeguny98@paran.com> >> 이건용 기자 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