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장-카피(copy)경영과 창조경영

2007. 4. 15. 23:48아름다운 글

21장 - 카피(copy)경영과 창조경영
김덕수 교수의 파워 칼럼
2007-04-12 15:58:44 function sendemail(w,h){ var sWinName = "emailarticle"; var cScroll = 0; var cResize = 0; var cTool = 0; var sWinopts = 'left=' + ((screen.width-w)/2) + ', top=' + ((screen.height-h)/2) + ', width='+w+',height='+h+', scrollbars='+cScroll+', resizable='+cResize; window.open('./?doc=function/mail.php&bo_table=column&wr_id=194',sWinName,sWinopts); } function sendprint(){ var sWinName = "printarticle"; var cScroll = 1; var cResize = 1; var cTool = 1; var sWinopts = 'left='+0+', top='+0+', width='+720+', scrollbars='+cScroll+', resizable='+cResize; window.open('./?doc=function/print.php&bo_table=column&wr_id=194',sWinName,sWinopts); }
요즘 들어 경영관련 용어들을 검색해보면 별의별 경영개념들이 등장한다. 감성경영, 지식경영, 서번트servant경영, 가치경영, 카피copy경영 등등. 그냥 시대적 트렌드를 반영하는 각종 단어 뒤에다 경영이란 말만 붙이면, 신종 경영용어로 각광을 받는 양상인 것 같다.

그런데 얼마 전에는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하 이 회장)마저 ‘창조경영’이라는 화두話頭를 우리 사회에 제시함으로써 경제용어사전을 만드는 사람들을 바쁘게 했다.

이 회장은 2006년 6월 29일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개최된 독립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향후 삼성이 지행해야 할 미래발전좌표로 ‘글로벌 창조경영’을 제시했다.

또 그는 “삼성의 주요 제품들이 국내외 시장에서 선두권에 진입해 있는 만큼, 다른 기업의 경영을 벤치마킹하거나 모방해서는 곤란하다.

앞으로 우리 삼성이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살아남으려면 삼성 고유의 독자성과 차별성을 구현할 수 있는 창조경영을 추구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그 발언의 배경에는 삼성 그룹의 미래를 바라보는 이 회장의 위기의식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여 진다.

즉 한국 경제의 대외개방이 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기업들의 눈부신 약진이 이 회장에게는 일종의 공포감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향후 삼성그룹이 창조적인 지식경영시스템의 정립과 창의적인 인재 확보에 실패할 경우, 우리는 어떠한 기회도 선점先占하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그의 비장한 발언이 그것을 대변해준다.

무엇이 창조경영인가?

창조란, 말 그대로 ‘아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처음으로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우마차牛馬車가 주요 교통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을 때, 어느 누가 세계 최초로 내연기관에 의해 움직이는 자동차를 만들었다면 그것이 바로 창조인 셈이다.

또 세계 최초로 증기기관을 발명한 제임스 와트, 비행기를 개발한 라이트 형제, 백열전등을 개발해서 세상 사람들에게 밝은 빛을 선물한 에디슨 같은 사람이 창조를 실천했던 위대한 인물들이다.

한편, 창조경영은 말 그대로 "기존의 경영 패러다임을 새롭게 바꾼다"라는 의미다.

기존의 경영시스템이 값싼 임금에 기초해서 저가低價의 코스트cost 경쟁시대를 헤쳐 나가는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가정하자.

이때 어느 CEO가 취임해서 기술 및 지식집약적인 제품생산을 통해 수익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경영 패러다임을 정립시켰다면 그것이 곧 창조경영이다.

일반적으로 창조경영은 고객감동을 목표로 고효율·저비용의 경영시스템을 구축하고, 현재보다는 미래의 가치추구를 위해 모험과 도전정신으로 미지의 세계를 개척해나가는데 주안점을 두는 경향이 강하다.

이와 같은 창조경영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면, 해당기업은 인간을 중시하는 제품, 디자인이 뛰어난 감각적인 제품, 안전하고 사용하기 편리한 제품, 우리 고유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제품의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의 수익구조가 크게 개선될 수 있다.

그런데 창조경영은 CEO가 하고 싶다고 해서, 언제나 그리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창조경영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기업 내에 그것을 뒷받침해 줄 만한 인프라(예: 창의적인 인재, 기술개발능력, 경영관리, 선진기업문화, 자금동원능력 등)가 견고하게 구축되어 있어야만 가능하다.

이는 이류기업이나 삼류기업처럼 기업 스스로 무엇을 창조하고 혁신할 능력은 커녕 잘나가는 선진기업을 흉내 내며 쫓아가기에도 바쁜 기업은 창조경영을 시도할 수 없다는 얘기다.

삼성그룹의 이 회장이 ‘창조경영’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낸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삼성이 세계 초일류기업군에 진입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러나 완전개방과 무한경쟁의 룰이 통용되는 세계시장에서 삼성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확보하지 않는 한, 삼성의 무한질주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 회장의 판단인 것 같다.

그가 독립계열사의 사장단 회의에서 “세계 초일류기업이 만든 제품이나 모방하면서 자리보전에만 연연하는 CEO는 지금 당장 삼성을 떠나라!”고 호통을 쳤던 것도 카피경영의 한계와 폐해弊害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잘 나가는 기업의 경영전반을 베끼거나 흉내 내는 카피경영은 창업초기부터 이류기업의 단계에서나 활용할만한 경영기법이다.

물론 카피경영은 ‘추종자follower의 이점’을 충분히 챙기면서 경영에 따른 위험과 불확실성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해서 세계 초일류기업이 선택할만한 경영기법은 분명 아니다. 일단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발돋움하면, 카피경영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자기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갖는 창조경영을 시도해야 한다.

창조경영은 세계 초일류기업이 지켜야 할 사회적 책임인 동시에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고 당당하게 서바이벌 할 수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창조경영의 성공을 위한 3가지 충분조건

앞에서 말한 인프라 구축은 단지 창조경영을 위한 필요조건에 불과하다. 창조경영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가지 충분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CEO부터 말단사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조직구성원의 감성지수EQ가 활발하게 작동해야 한다.

감성지수에 대한 정의는 길가는 행인들의 이름만큼이나 다양하다. 그러나 창조경영과 관련지어 정의를 내리면, 감성지수는 ‘고객이 간절하게 원하는 필요need와 기호嗜好를 감지해서 그것을 재빠르게 충족시켜줄 수 있는 정서적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우연한 기회에 창조가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창조는 필요에 의해서 강력한 동기부여를 받게 되며, 발명가發明家들의 열정과 몰입에 의해서 최종적으로 완성된다는 속성을 갖는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그것을 대변해준다.

우수한 발명품들의 탄생배경을 들춰보면, 거기에는 하나같이 발명가들의 따뜻한 감성지수가 내재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일례로, 조선의 대표 브랜드이자 조선 최고의 성군聖君으로 추앙받는 세종대왕은 백성을 나라의 고객으로 간주하고, 그들이 절실하게 원하는 필요와 욕구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끄집어낼 수 있는 탁월한 감성지수를 갖고 있었다.

세종대왕은 선비들이 독점했던 한문지식으로부터 철저하게 소외된 백성들이 의사소통수단의 부재로 고통 받는 것을 보고, 그들에 대한 연민의 정으로 한글창제에 나섰다.

세종대왕은 정음청이라는 연구개발조직을 만들고 집현전 학자들로 드림팀을 구성한 다음, 한글창제에 매진했다.

그 결과, 세계적으로 독창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한글’을 창조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만약 세종대왕이 백성들의 필요나 욕구를 알아차리지 못했거나, 알아차렸더라도 지도자의 오만으로 그것을 외면했다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둘째, 창조경영이 성공하려면 조직구성원의 상상력이 만개滿開할 수 있는 직장 내 열린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정형화된 사고의 틀framework만 요구되는 닫힌 조직에서는 괴짜(사실은 정상적인 사람인데,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타인의 눈에 그렇게 보일 따름이다.)들의 상상력이 꾸지람이나 핀잔의 대상이 될 뿐이다. 심지어는 조직 내 문제아로 낙인 찍혀 퇴출을 강요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세계적인 창조의 이면裏面에는 그런 괴짜들의 상상력이 큰 몫을 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제주도를 대표하는 생수로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삼다수’의 경우도 그 가운데 하나다. ‘삼다수’를 개발한 사람은 당시 국가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던 한규언씨다. 그에 대한 얘기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970년까지만 해도 제주도의 지하수에 관한 연구보고서는 한결같이 “제주도는 화산에서 분출한 용암이 굳어서 된 다공성多孔性의 지층이라서 비가 오면 빗물이 밑으로 스며들어 바닷물과 합류하므로 지하수가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제주도민들의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지하수 개발을 강행하기로 했지만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농림부(현 농림자원부) 산하 지하수개발팀에서 근무하고 있던 한규언씨가 자신이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는 제주도로 전임되기를 희망했다. 한씨는 지하수가 나올만한 곳을 탐색하던 중 해안 근처 여기저기서 솟아오르는 용출수湧出水를 발견하고 용기를 얻었다.
 
한씨가 지급받은 지하수개발 장비는 몇 개의 회전날개가 바람개비처럼 돌아가면서 흙이나 모래층을 뚫고 들어가는 범용장비였다.

그런 장비로는 암반에 대한 굴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한씨는 자신의 상상력으로 그 장비를 개조시키는데 성공했다.

즉 기존장비의 회전날개 끝에 붙어있던 텅스텐 조각을 떼어내어 그것을 철강 파이프의 끝에 용접해 붙인 것이다.

이 철강파이프를 모터로 회전시키면 견고한 암반이 원형으로 깎이면서 파이프 속으로 들어오는 암석만 제거하면 관정管井이 된다는 것이 그의 상상력이었다.

이러한 끈질긴 노력 끝에 그는 지하 27미터에서 지하수를 발견하는데 성공했다. ...(중략)...

윤석철 저, ≪경영·경제·인생 강좌 45편≫, 위즈덤하우스, pp.61~65 인용

따라서 창조경영을 구상하는 CEO들은 역발상에 능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괴짜들이 마음 놓고 활동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줄 필요가 있다.

일례로 하루 근무시간 중 10%는 자기 마음대로 자유롭게 쓰도록 한다든가, 정기적으로 1주일에 1~2시간정도는 업무혁신과 관련한 브레인스토밍을 한다든가, 조직 내에 지식마켓을 개설해서 창의적인 제안자에게 금전적인 포상을 실시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셋째, 창조는 ‘혼魂’을 필요로 하는 숭고한 작업이다.

‘혼魂’이란, 어떤 일을 하는데 있어서 목숨을 걸고 할 정도로 최선을 다하려는 자세를 일컫는 말이다.

세계적인 발명가들을 보면,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상상 속에서 간절하게 추구했던 실체나 대상을 발견하기 위해서 ‘혼’의 자세로 노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알프레드 노벨Alfred Bernhard Novel; 1833~1896을 들 수 있다. 그는 니트로글리세린과 흑색화약을 혼합한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하고, 그것의 대량생산을 위한 공업화를 시도하다 공장폭발로 동생을 잃는 비운을 겪었다.

그렇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연구와 실험을 계속해서 다이너마이트의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고 마침내 거부巨富가 되었다.

창조경영은 그 특성상 맨 처음으로 시도하는 경영기법이니만큼 실패할 가능성, 위험에 처하게 될 가능성, 불확실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려는 안전제일주의형 CEO는 근본적으로 창조경영에 부적합한 사람이다.

창조경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CEO는 용기와 결단력을 가진 사람, 입체적 사고로 사물을 보며 미래에 대한 예측능력을 구비한 사람, ‘혼’의 정신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미션을 100%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다.

또 조직구성원과 비전과 거시적 목표를 공유하면서 그들의 열정과 ‘혼’의 정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 CEO가 있어야만 비로소 창조경영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김덕수 교수
충북대학교 경제학과, 고려대학교 대학원 경제학과 석박사과정을 이수하고 1995년도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동안 한국증권거래소 조사부, 고려대학교 강사, KAIST 경제분석연구실 선임연구원, 일본 과학기술정책연구소 객원연구원,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 중등임용고사 출제위원, 국무총리실 소속 산업기술연구회 정부출연구소 기관평가위원, 자유민주연합 혁신위원회 위원장, 대구교통방송 경제해설위원, 공주대학교 기획연구부처장을 역임했다. 현재 공주대학교 교수회장 겸 사범대학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생각을 달리하면 희망이 보인다>, <김덕수 교수의 통쾌한 경제학>, <김덕수 교수의 경제 IQ높이기>, <김덕수 교수의 경제 EQ높이기>, <맨주먹의 CEO 이순신에게 배워라>, <한국형 리더와 리더십>, <게임의 지배법칙으로 자기를 경영하라> 등 다수가 있다
< 공주뉴스=김덕수시민 기자/ news@gongjunews.net> >> 김덕수시민 기자 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