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06년 한해가 저물고 있다. 요즘처럼 연말연시가 되면 지난 한해를 뒤돌아보고, 새로운 한해를 설계한다.
또 이맘때가 되면 평상시보다 더 많은 관심을 우리 이웃들에게 쏟게 된다. 꼭 추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느끼는 회한이나 아쉬움이 우리 주위를 한 번 더 돌아보게 하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우리의 관심은 곧 자신에 대한 성찰이자, 나 아닌 남을 위한 사랑의 표현이라기보다 자신을 향한 사랑의 표현방식은 아닐까 생각된다.
사랑은 우리 모두의 관심사 중 하나다. 또한 사랑은 우리가 추구하는 최고의 선이자, 가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상은 우리에게 어떤 대가를 요구한다. 때로는 가누기 힘든 고통과 좌절을 주기도 하고, 또 때로는 한쪽 길만을 가라고 강요한다.
따라서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에는 엄청난 기회비용과 자기희생을 감수해야만 한다. 그러나 과정이 있으면 결과가 있듯이 세상 그 무엇과도 비견할 수 없는 고귀한 선물 ‘희열과 기쁨’을 되돌려 받는다.
시인 프로스트는 ‘가지 않은 길’이란 시에서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 인생에서도 이러한 선택의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시인은 평탄한 길을 선택하기보다 타인이 가지 않은 길을 택했다. 여기서 시인은 자신의 선택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면서 한편으로 먼 훗날 후회하지는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중략>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
또 도종환 시인은 ‘아름다운 길’이란 시에서 “쓰러지지 않으며 가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눈보라 진눈깨비 없는 사랑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말하고 있다.
너는 내게 아름다운 길로 가자 했다. 너와 함께 간 그 길에 꽃이 피고 단풍 들고 길 옆으로 영롱한 음표들을 던지며 개울물이 흘렀지만 겨울이 되자 그 길도 걸음을 뗄 수 없는 빙판으로 변했다.
너는 내게 끝없이 넓은 벌판을 보여달라 했다. 네 손을 잡고 찾아간 들에는 온갖 풀들이 손을 흔들었고 우리 몸 구석구석은 푸른 물감으로 물들었다. 그러나 빗줄기가 물아치자 몸을 피할 곳이 없었다.
내 팔을 잡고 놓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넘어질 때 너도 따라 쓰러졌고 나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세찬 바람 불어올 때마다 너도 그 바람에 꼼짝 못하고 시달려야 했다.
밤새 눈이 내리고 날이 밝아도 눈보라 그치지 않는 아침 너와 함께 눈 쌓인 언덕을 오른다. 빙판 없는 길이 어디 있겠는가.
사랑하며 함께 꽃잎 같은 발자국을 눈 위에 찍으며 넘어야 할 고개 앞에 서서 다시 네 손을 잡는다. 쓰러지지 않으며 가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눈보라 진눈깨비 없는 사랑이 어디 있겠는가.
(도종환, ‘아름다운 길’)
누구나 자신이 선택한 길을 되돌아보면서 후회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것은 인간이 지닌 불완전함에 대한 자각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길을 뚜벅뚜벅 당당하게 걸어가야 한다. 자신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만 큰 회한을 남기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 인생의 주체이자, 주인이다. 따라서 나는 인생의 주인이요, 타인은 인생의 손님이다. 주인이 손님을 지극정성으로 대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때로 비바람 치고, 눈보라 휘몰아치지만 끝끝내 자신만의 길을 가야한다. 가는 길이 가시밭길이 되고, 빙판길이 되어 멍들고 깨지더라도 오로지 진정한 가치를 위해 나아가야 한다. 자기 자신을 위해, 자기 자신의 목표를 위해...
그래서 2007년 새해에는 모두가 자신에게 승리하는 한해가 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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