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정섭 공주시장 주민소환 이쯤서 멈춰야

2020. 7. 5. 13:19아름다운 글

[기자수첩] 김정섭 공주시장 주민소환 이쯤서 멈춰야
이건용 기자 승인 2020.07.04 19:22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어머님, 우리가 천번 만번 기도를 올리기로서니 굳게 닫힌 옥문이 저절로 열려 질리는 없겠지요. 우리가 아무리 목을 놓고 울며 부르짖어도 크나큰 소원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리도 없겠지요. 그러나 마음을 합하는 것처럼 큰 힘은 없습니다. 한데 뭉쳐 행동을 같이하는 것처럼 무서운 것은 없습니다. 우리들은 언제나 그 큰 힘을 믿고 있습니다.”

3.1독립운동에 참여했다가 일제의 감옥에 갇힌 근대 소설가 심훈이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다.

만선의 꿈을 안고 출항한 ‘김정섭 호’가 좌초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사상초유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는 마당에 설성가상 ‘주민소환’이라는 악재에 시민들의 피로감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말 그대로 미증유의 비상시국이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맞아 당면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지방정부도 예외일 수 없다. 모든 시민이 지혜와 의지를 모아야 하는 이유다.

집단지성의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대립과 반목, 갈등과 분열로 빠져드는 작금의 상황은 심각한 우려를 갖게 한다.

갈 길 바쁜 이 상황에서 ‘너나 잘 하세요’라는 상황 인식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 남을 탓하기 전에 ‘내 탓이오’라는 자기성찰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특히 주민소환 대상인 김정섭 시장과 주체인 주민소환본부 모두 11만 시민 전체의 이익과 행복 앞에 오롯이 자기 자신을 내려놓아야 한다.

시민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갈등의 골을 깊게 한 책임 있는 시민으로서 서로를 탓하고 원망해서는 지금의 질곡을 벗어나기 힘들다.

서로가 책임을 통감하고, 매듭을 묶은 양측이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심정으로 나서야 한다. 척확지굴 이구신야(尺?之屈 以求信也). 자벌레가 몸을 구부리는 것은 다시 펴기 위해서라고 했다. 때론 자존심을 버릴 줄도, 굽힐 줄도 알아야 한다.

시민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이 있고, 시민 모두의 피로감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있는데 자존심이 대순가? 생각이 다르고 입장이 다르더라도 서로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익도 없고, 승자도 없는 소모적인 자존심 싸움을 이젠 멈춰야 한다.

모두가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무엇이 문제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지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주민소환에 서명한 시민이 1만에 육박한다니 이쯤에서 멈춰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이 됐다.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해서도 용단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주민소환에 투입된 혈세만도 1억 원에 이른다. 예서 멈추면 6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요긴하게 쓸 수 있다.

김 시장 또한 반성에 인색해서는 시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 제 눈에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티끌만 탓하는 편협한 정치로는 시민통합을 기대하기 어렵다. 시민들이 “반대 목소리도 듣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입을 모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왈 군자 화이부동, 소인 동이불화(子曰 君子 和而不同, 小人 同而不和). 공자 가라사대, 군자는 화합하나 부화뇌동하지 아니하고, 소인은 부화뇌동하나 화합하지 아니한다. 편견과 차별을 버리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 줄 아는 포용과 관용의 톨레랑스(tolerance) 정신, 구존동이(求存同異)의 정신을 김 시장이 꼭 새겼으면 한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랬다. 양 측이 돌이킬 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너기 전에 누구라도 좀 나서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여 이 극단의 사태를 하루 속히 풀어줬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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