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친서민’ 공주시의회 행감··· 더 돋보인 건 성실성

2020. 6. 14. 14:54아름다운 글

[기자수첩] ‘친서민’ 공주시의회 행감··· 더 돋보인 건 성실성
이건용 기자 승인 2020.06.14 08:06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견제와 감시, 합리적인 정책대안 제시와 시민 불편 사항의 신속한 처리 등이 의회의 존재 이유다.

행정사무감사야말로 견제와 감시라는 의회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고 시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의회를 정립할 수 있는 최상의 카드로, 지방의회의 꽃 중에 꽃이다.

어느 때보다 시민들의 관심이 높았던 공주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가 9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의원들은 하나같이 시정의 감시와 견제라는 본분을 다하고자 의욕을 불태웠다.

시민과 현장 속에서 문제점을 찾아내고, 그 원인과 대책을 고민하는 의원들의 진지한 자세는 특히 돋보였다. 제8대 의회의 행정사무감사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당파적 이익에 매몰돼 사사건건 발목 잡고, 심지어 감투를 둘러싼 진흙탕 싸움으로 4년 내내 고소고발이 난무하면서 ‘식물의회’로 전락해 의회 무용론도 모자라 해산론까지 불거졌던 7대 의회와 사뭇 달라진 풍속도다.

최우선 가치를 시민행복에 두고 ‘시민과 함께하는 활짝 열린 의회 구현’을 위한 의원들의 열의와 ‘아는 만큼 보인다’는 4선 관록의 박병수 의장의 의정철학이 맞닿은 결과물이다.

박기영 행정사무감사특별위원장의 원만한 회의진행과 초선의원 8명의 송곳같이 예리한 질의와 추상같은 질타, 2선인 이종운 의원의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운 지적, 3선인 이창선 부의장 특유의 자유롭고 거침없는 ‘돌직구 화법’은 집행부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의원 모두의 행정사무감사에 대비한 철저한 사전 준비도 빛났다.

증인 채택을 놓고 논란은 있었지만, 윤승업 공주시충남교향악단 상임지휘자와 김두영 공주예총 회장, 이상욱 산성시장상인회장 등을 출석시켜 앞으로의 개선점과 보완점을 함께 고민한 부분도 후한 점수를 받는다.

특히 공주시충남교향악단 단원들의 고충 해소와 동시에 환부를 도려내기 위한 노력은 유난히 돋보였다.

다만, 이상표 의원의 잇따른 ‘헛발질’은 눈에 가시다. 행정사무감사와는 무관한 엉뚱한 발언, 피감기관 공무원과 증인들의 호위무사를 자처한 지나친 ‘친절 남발 화법’은 동료의원들은 물론 세간의 눈총을 샀다.

이 의원의 남다른 친절화법이 급기야는 여성폄하로 비춰져 사과하는 일까지 빚어졌다. 감쌀 때는 감싸더라도, 시정발전을 위해서는 고통을 동반한 변화 요구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공주발전을 견인하는 동반자적 협력관계는 다른 자리를 빌려 얼마든지 가능하다. 견제와 감시라는 시민 대표자로서의 역할을 방기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동료의원들의 발언을 ‘바보들의 행진곡’이나 다름없게 만들어 홀로 돋보일지는 몰라도 앙상블과 하모니를 구현하기는 어렵다. 자칫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독하고 무서운 반목과 불신의 바이러스를 전파해 시민피해로 전가되지 않을까도 염려된다.

매번 되풀이되는 잦은 이석(離席)도 도마에 오른다. 고압적이거나 권위주의적인 태도, 전문성 부족에 따른 의례적이고 명료하지 못한 질문 등도 여전해 의회 스스로 권위를 실추시키고 있다.

불성실한 자료 제출, 회피성 답변과 답변 떠넘기기, 기본적인 내용조차 숙지하지 못한 채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하는 등 피감기관의 불성실한 감사 태도는 의회와 시민 무시 또는 경시 풍조다.

내부문제를 외부의 힘을 빌려 처리하는 일 또한 신중할 필요가 있다. 곪아터진 환부를 도려내 새 살이 돋게 해야겠지만, 부작용이 뒤따른다. 행정사무감사에서 불거진 교향악단의 여러 문제들이 단원들의 용기의 발로인지 아니면 누적된 개인불만 표출에 의한 침소봉대인지 감사 등을 통해 그 실체적 진실에 도달할 것이다.

다만 씻을 수 없는 상처로 괴로워하는 이가 있고, 교향악단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까지 적잖은 진통도 예상된다. 또 앞으로 ‘교향악단=꿈의 직장’이라는 조롱 섞인 수식어를 떼기 위해 그간 느슨했던 인사노무관리 시스템 강화, 타 악단과 비슷한 수준에서의 근무시간 확대 등이 예정돼 혹을 떼려다 더 큰 혹을 붙인 격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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