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용 <공주주재>

최대 난제인 공주대 교명변경 문제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공주대는 이달 초 ‘천안발전회’ 측에 서만철 총장 임기 내 공주와 천안, 예산캠퍼스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을 물어 교명변경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뜻을 밝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 문제는 공주와 천안, 예산 등 3개 지역주민들의 삶과 애환 그리고 자존심까지 걸려 있다는 점에서 언제든 급부상할 수 있는 뜨거운 감자다.

지난 1992년 예산농전과의 통합과 2005년 천안공전과의 통합 당시 교명변경을 약속함으로써 해묵은 논란거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꼭 풀어야할 숙제이기도 하다.

현 서만철 총장의 공약에도 교명변경 사항이 언급돼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당선이 지상 과제인 총장 후보자들에겐 누구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즈음에서 공주시민들이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점은 국립대 법인화 추세에 따라 대학 간 통합이 기정사실화되면 교명변경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될 것이 자명하다.

더구나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의 일이지만, 지역주민들과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총장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해 보다 큰 틀에서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역갈등의 불씨를 언제까지고 안고 갈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천안과 예산지역 주민들의 줄기찬 요구에 공주시민들이 당당하고 의연하게 맞설 때가 됐고, 언젠가 한 번은 꼭 집고 넘어가야할 문제라면 서 총장 재임기간이 최대 적기가 아닐까 싶다.

서 총장은 지난해 6월 취임 직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교명변경 문제 등에 대해서는 지역사회와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충분한 공감대 형성 후 차근차근 풀어 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되며, 뛰어난 리더십과 차분하면서도 합리적이라는 서 총장의 평가 또한 지역사회와 주민정서에 크게 반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취임하자마자 공주 시내에 있는 관사로 이사한 후 주민들과의 관계회복에 주력, 소원했던 관계가 회복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여기서 꼭 짚어야 할 것은 ‘공주대’라는 이름에는 지난 63년간 쌓아온 전통과 명예,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제3의 교명이 일류대학으로의 초석을 놓을 수도 있지만, 현재의 위상마저 잃고 영영 나락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공주대’를 논외로 한 교명변경 추진은 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는 일로, 모든 대학구성원과 3개 지역주민들이 공감하고 수긍할 수 있는 합의안이 도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명변경은 최대 기회이자 동시에 최대 위기일 수도 있는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어느 때보다 지역정서에 기댄 감정적 접근이 아닌 이성적 접근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