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절정의 여배우 중 눈이 가장 예쁘고 흡인력 있는 사람, 코가 제일 잘생기고 지적인 사람, 입술이 사랑스럽고 관능적인 사람을 뽑아 각각의 이목구비를 포토-샾 프로그램으로 조합해보면 이상하게도 추녀가 된다고 한다.
빨강, 노랑, 파랑의 삼원색을 합하면 탁한 검정색이 되는 것과 같다. 즉 아름다움이란 자기만의 독특한 개성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사람의 외모 중 어느 부위가 특별히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것은 타고났거나 기술적으로 만들어진 모양새보다는 거기에 고유의 이미지를 담았기 때문이다.
각자의 독특한 분위기는 합성이 되면 개성을 상실하기에 더 이상 아름답지 않은 것이다.
호수같이 크고 맑은 눈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생김새 덕택이라기보다는 선량하고 순수한 마음자세를 가졌기 때문에 그런 내면이 겉으로도 투영되는 것이다.
코가 높고 매끈하다고 꼭 지적이고 기품 있을까? 표독한 마음을 가진 이의 높은 코는 마귀할멈처럼 보일 것이다.
부정적이며 타협을 싫어하고 고집스러운 이의 코는 망망대해(茫茫大海)에 뜬 무인도처럼 고독해 보인다. 반면 낮고 뭉툭한 코라도 친절하고, 밝은 성격의 소유자라면 친근감이 가고 사교적으로 보인다.
또한 요즘은 정감 있는 도톰한 입술을 선호한다. 그러나 탐욕스러운 사람의 두툼한 입은 그다지 호소력이 있거나 사랑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반면 교양 있고 처신이 단정한 사람의 얇은 입술은 분명하고 샤프한 느낌을 준다.
즉 입술의 이미지도 감정에 따른 주변 근육의 움직임이 만드는 만큼 맘먹기 나름이다.
선호도에 따라 규격화한 이목구비가 주는 느낌이 사람에 따라 다르듯이 같은 사람도 기분이나 마음가짐에 따라 천양지차로 보일 때가 있다.
이렇듯 미에 있어서 무조건 트랜드를 따르는 것보다 자신이 가진 모습을 사랑하여 개성미를 한껏 발휘해야 비로소 아름다움이 솟아나는 것이다.
우리네 인생도 자기만의 강점과 개성을 강화할 때 멋과 매력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자신이 과거에 누렸거나 미래에 가능할 법한 최고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어떨까?
학예발표회에 화려한 의상을 입고 백조처럼 사뿐사뿐한 모습으로 무용을 선보이고 박수갈채를 받았던 어린 시절, 성실하고 꾸준한 노력으로 명석하다고 칭송받던 학창시절, 싱그러움과 날렵한 자태로 이성의 인기를 독차지했던 시절에 타조와 같이 뽐내는 걸음걸이로 그들 사이를 활보하던 미모의 한창 때, 한 가지 일에 십년쯤 파묻혀 공들이니 어느새 달인이 되어 무엇에든 거침없고 당당하게 맞설 수 있을 때, 공식석상에 함께 가면 어깨가 으쓱해지는 예쁜 아내, 영특하고 순종하며 부모의 기분까지 헤아리는 자식들, 보장받는 직업이 가져다준 적당한 부와 명예에 안락함을 느낄 때 등은 사람들이 흔히 추구하는 자기 생애 최고의 모습이다.
이것을 세상 사람들은 '전성기'라고 말한다. 낱낱의 좋은 시절과 모습들을 컴퓨터에 저장했다가 불러내어 꺼내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조합한 여배우의 잘난 이목구비들이 그러하듯 사람들이 선망하는 모든 것을 획득하는 인생이 과연 자랑스럽고 아름다울까?
어느 한쪽이 부족하고 미흡하더라도 개의치 않고 강점을 강화하는 삶이 진정한 의미의 전성기일 것이다.
외모의 약점을 극복한 헬렌켈러나 스티븐호킹 박사, 둔재 취급받던 에디슨과 아인쉬타인, 가난이 오히려 성공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입지전적 인물이나 자수성가형의 사람들은 그들의 약점이나 결핍 덕택에 자기분야에서 최고의 삶을 산 것이다.
그리고 세상적인 잣대로만 전성기를 말할 수는 없다. 세상을 마감할 때 잘생기고, 공부 잘하고, 돈 잘 벌고, 권력과 명예를 얻고 성공했다고 충만한 인생을 살았노라고 뿌듯한 기분으로 눈감을 수 있을까?
둘러보면 간간히 눈길을 끄는 기쁨이 충만한 인생들이 있다. 돌보는 가족이 없는 노인들을 부양하며 그들의 딸이 되어 행복을 선사하는 어느 중년부인.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배운 재봉 솜씨로 남들이 버린 헌옷을 리폼하여 소외된 이웃에게 나눠주는 부지런한 여인의 소담스런 미소.
매 맞는 여성과 학교폭력에 상처받은 아이들과 따뜻하게 대화하면서 그들의 마음이 서서히 치유되는 것을 감격에 벅차 눈시울을 붉히며 바라보는 어느 심리상담사.
불우한 가정형편에 학교공부를 많이 못하여 뒤늦게 문화유적지의 자원봉사자가 되어 방문객에게 역사와 문화를 설명하며 스스로 대단히 유식해진 것 같아서 가슴 벅차고 기쁘다는 초로의 남자. 소유하기보다는 자연으로 돌아갈 때 한 평도 안 되는 땅만 있으면 된다고 속세에서 가진 것을 환원하는 스님의 아주 간소한 삶.
또한 부자의 화려함과 안락함보다는 소박함과 베풀음을 선택한 독지가 등 이들의 삶의 모습에서는 마음의 풍요와 진정한 의미의 전성기가 느껴진다.
즉 자기인생의 전성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세인들이 가치기준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이 가장 하고 싶고, 고귀하게 여기며, 자신 있고, 잘하는 일을 찾아 총력을 기울이면 스스로 행복해지고 어느새 한 분야의 거장이 될 것이다.
인간의 삶이란 결국 자연의 이치와도 같음에 숙연해진다. 봄은 소생의 계절이고 여름은 청춘의 정열을 상징한다.
미의 절정은 청춘기이고, 업(嶪)의 전성기는 중년기인 가을쯤 될 것이다. 가을을 봄, 여름의 결실로 풍성하다고 한다. 그러나 수확이 끝난 늦가을이 되면 쓸쓸하고 황량해진다.
우리 인생도 황금기가 지나면 점차 위축되고 하향곡선을 탄다. 그러나 신선하고 건설적인 동기를 부여하고 마음먹기에 따라 인생을 항상 활기차고 멋지게 살 수 있다.
그러면 늘 푸르게 깨어있는 삶을 위한 몇 가지를 제안한다. 독서와 여행을 통하여 겸허함과 세상을 관조하는 시각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나만의 분위기 가꾸자.
잘 익은 포도주에는 오랜 친구와 클래식 음악이 어울린다. 스산한 바람이 불 때 형사 콜롬보가 입던 트랜치 코트를 입고 낙엽을 밟으며 걷는 것은 어떤가?
미추(美醜)와 선악(善惡)을 영원히 담고 있는 듯한 모나리자 같은 미소를 가져보자. 또한 잘 맞는 취미생활은 감정을 통제하고 생각을 정돈하기에 좋다.
어떤 모습을 보여도 결코 부끄럽지 않는 인생 벗은 휘청거리고 허덕일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그리고 현재의 일터를 퇴장해도 당당하게 제2의 인생을 엮어가기 위한 미래의 일을 준비하자. 요즘은 이모작, 삼모작 인생을 구가하는 장수시대이다.
그를 위해 학습의욕을 높여보자. 새로운 것에 대한 지적탐구심을 가진 사람에게는 상록수와 같이 늘 생동감이 있다.
전산 프로그램, 어학, 경제, 역사나 문화, 철학관련 공부도 좋다. 경쟁자를 의식하는 노력보다는 스스로 만족하는 주관적인 연마가 바람직하리라. 인생은 결국 혼자 뛰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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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숙(공주시 농업 기술센터 홍보담당) |
현재가 한창 때, 즉 전성기라면 그것을 유지하는 일을, 이미 지났다고 생각한다면 PC에 저장된 소중한 파일처럼 다시 불러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상을 마감하는 날까지 쉬지 않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은 아름답다. 늘 전성기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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