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가을 農心 리포트] 르포 : 공주에서 만난 농민들의 한숨

2020. 9. 13. 15:58아름다운 글

[2020 가을 農心 리포트] 르포 : 공주에서 만난 농민들의 한숨
이건용 기자 승인 2020.09.13 14:52
수확량·상품성 크게 하락
"자식같은 농작물 포기할 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

[금강일보 공주=이건용 기자] “한마디로 죽을 맛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충남 공주시 탄천면에서 인삼 농사를 짓는 김재일(51) 씨는 요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간다. 코로나19 사태에 물난리까지 ‘이중고’에 신음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농산물 수요가 급격히 줄어 큰 어려움을 겪던 와중에 유례없는 물폭탄까지 겹치면서 밤잠을 설칠 정도로 걱정이 태산이다.

#1. 5년 노력 물거품 인삼농사

지난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이어진 집중호우 당시 동네 하천이 범람하면서 인삼밭의 절반이 물에 잠겼다. 그나마 남은 인삼마저 수확을 포기해야할 형편이다. 긴 장마와 잇따른 태풍의 영향으로 궂은 날이 계속되면서 뿌리째 썩어가고 있다.

당장 캐서 시장에 내고 싶지만, 최근 호우피해로 인삼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가격이 폭락해 인건비조차 못 건질 판이다 보니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김 씨는 “애지중지 자식 같이 키운 인삼을 다 망쳤으니 지난 5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 같아 허망하다. 어떻게 헤쳐 나갈지 앞길이 깜깜하다"고 한탄했다.

충남 공주시 우성면 대성리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김진규 씨가 긴 장마에 직격탄을 맞고 허탈해 하고 있다. 이건용 기자

#2. 당도 떨어진 복숭아 출하 포기

충남 공주시 우성면 대성리에서 40년 넘게 복숭아 농사를 지어온 김진규(72) 씨 또한 긴 장마에 이은 폭우와 태풍에 한해 농사를 망쳤다. 두 달 가까운 역대 최장의 장마 끝에 탄저병, 천공병, 썩음병 등 온갖 병·해충이 창궐한 데다 당도까지 떨어져 내다 파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그나마 힘겹게 매달려 있던 복숭아들도 ‘마이삭’ 등 연이은 태풍에 쑥대밭이 됐다.

김 씨는 “대전 오정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가장 비싼 값에 팔려 나갔었는데, 올해는 코로나에 폭우, 태풍까지 겹쳐 엉망이 됐다”며 “일전 고객 한 분이 ‘맛없는 복숭아를 팔았다’며 항의해 환불까지 해줬다”며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 했다.

이어 “농사를 망쳐 추석 대목은 고사하고, 코로나 탓에 손자·손녀 얼굴조차 구경하기 힘들게 생겼다”고 긴 한숨을 토해냈다. 코로나19에 긴 장마와 집중호우까지 ‘엎친 데 덮쳐' 그 어느 때보다 우울한 명절이 될 것 같다.

공주시 정안면에서 밤농사를 짓는 한 농민이 태풍 '마이삭'에 뿌리째 뽑힌 밤나무를 바라보며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이건용 기자

공주시 정안면에서 밤농사를 짓는 한 농민이 태풍 '마이삭'에 뿌리째 뽑힌 밤나무를 바라보며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이건용 기자

#3. 전국명성 정안 밤도 노심초사

공주시 정안면에서 밤농사를 짓는 이학중(51) 씨도 삼중고, 사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긴 장마 탓에 수확량이 30~50%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밤 한 송이에 2~3톨씩 결실을 맺어야하는데 외톨이가 부지기수다. 크기도 작아 상품성도 크게 떨어져 걱정이 태산이다. 연이은 태풍에 낙과 피해도 만만찮다.

밤 축제를 비롯한 크고 작은 지역축제마저 줄줄이 취소돼 직격탄을 맞고 있다. 수출길도 대부분 막혀 어려움은 말로 형용하기조차 힘들다. 밤 수확기를 맞아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한해 농사를 망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편 정부를 비롯한 충남도와 각 지자체는 농가들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여러 지원대책들이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실질적이면서도 현실성 있는 지원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공주=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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