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주시의회 오발탄 주범 ‘정당공천제’

2020. 9. 9. 15:36아름다운 글

[기자수첩] 공주시의회 오발탄 주범 ‘정당공천제’
이건용 기자 승인 2020.09.09 14:43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공주시의회의 ‘오발탄 사고’가 연거푸 터지면서 시민적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첫 오발탄은 국민의 힘 정종순 의원이 쏘아 올렸다. 잘못된 관행을 벗고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4년 임기를 채우겠다는 선언은 비겁한 자기변명이다.

적어도 2년 전 선거 당시 비례대표 임기 나누기에 저항했어야 했다. 뒷간에 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는 여측이심(如廁二心)이 나오는 이유다.

두 번째 오발탄은 여러 의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쏘아 올렸다. 따발총 난사에 한 의원이 할 말을 잃고 쓴웃음만 짓고 있다. 동료 의원들의 진기명기에 가까운 ‘나눠먹기’ 신공을 넋 놓고 지켜봐야했다.

신뢰받는 의회, 화합하는 의회, 소통하는 의회,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의회하는 대 시민 약속이 연거푸 터진 오발탄에 머쓱하게 됐다.

의원 개개인의 자질도 문제지만, ‘정종순 사태’와 ‘추경예산안 사태’ 모두 정당공천제의 폐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두 사태 모두 공천권을 쥔 자들의 ‘갑질’에 기인한다.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가 결코 신선놀음일 수 없다.

공천권자의 ‘시녀’로 전락시켜 소신정치를 막고, 편 가르기 식 선거로 지역사회의 분열을 조장하고, 중앙정당의 정쟁 도구화와 불공정한 공천과정으로 인해 정치 불신을 낳는 등 풀뿌리민주주의 근간을 갉아먹고 있다는 점에서.

시나브로 썩는 도끼 자루에 언제 발등이 찍힐지 모를 일이다. 시민들만 바라보고 일해야 할 공복들을 줄 세워 당리당략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킨다면….

‘모두 미쳐 버렸어. 세상 모든 사람들 그 누구도 서로 믿질 않잖아. 뭐가 그리 잘나서 남을 욕하는 거야. 제발 정신 차려 세상 위선자들아. 세상 모든 이들 살아가기 힘들다지만, 오직 너만 위해 살아가고 있잖아.’ ‘오발탄’ 노랫말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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