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시의회 행감, 의원-공무원 난투극 직전까지

2010. 11. 26. 18:23생생공주

공주시의회 행감, 의원-공무원 난투극 직전까지
공무원 103명 출석 진풍경··비난 화살 행정지원실로
2010년 11월 26일 (금) 07:07:42 이건용 기자 leeguny98@hanmail.net

   
▲ 25일 공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장 앞에서 공주시공무원노조가 '위장전입 강요하는 공주시의회 각성하라'는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공주시 공무원들에 대한 '내 고장 주소 갖기 운동'이 강압에 의한 '억지춘향식'이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불만의 화살이 행정지원실을 향하는 분위기다.

25일 공주시의회의 행정감사장에는 주소를 공주시로 이전하지 않았거나, 사유서를 제출하지 않은 공무원 103명이 참고인으로 출석해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시작된 행감은 100여명에 달하는 공무원에 10여명의 시민방청객, 그리고 공무원 노조의 피켓시위까지 이어지면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오전 내내 이어졌다.

참고인으로 소환된 100여명의 공무원들은 호명되기까지 행감장 바로 옆 대회의실에 모여 시의회의 강압적인 태도와 무리한 요구에 대해 집중 성토하는 모습들을 보였다.

한 공무원은 “왜 사진을 찍느냐?”며 기자의 사진촬영에 대해 불쾌한 반응을 보일 정도로 대기실 분위기는 불만 폭발 직전의 긴장감까지 감돌았다.

참고인으로 소환된 한 공무원은 “이번 사안은 시의원의 잘못이라기보다 공주시청의 브레인들만 모여 있다는 행정지원실의 잘못이 크다”며 “위법행위와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는 응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그는 이어 “오늘 참고인으로 출석한 것은 시의원이나 시의회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행정지원실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누구를 위한 행정지원실인지 묻지 않을 수 없고, 법을 집행하는 행정기관이 오히려 실정법 위반을 부추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공무원은 “공직사회는 공문에 의해 움직이는데, 행정지원실이 주민등록초본을 제출하라면서 공문 한 장 보낸바 없다”며 “이는 위법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본인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 공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공무원들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이창선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주민등록초본 제출 공문과 관련해서는 행강장에서도 거론, 한 공무원이 주민초본 미제출사유에 대해 “공문을 받은 바 없어 제출하지 않았다”고 답변하자 이창선 의원은 “어떻게 된 일이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강근규 행정지원실장은 “시의회가 정식 공문으로 요청한 바 없어 지원실 또한 메일로 처리했다”고 답변, 이창선 의원이 의회사무국에 “어떻게 된 일이냐?”고 재차 물었으나 마땅한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집행부 공무원들의 주민등록초본 제출 및 사유서 제출 요구는 공문에 의한 정식 요청이 아니었던 만큼 제출을 거부했어도 할 말이 없게 돼버렸고, 무단으로 개인 신상정보를 열람한 꼴이 돼버렸다.

특히 이날 행감장에 출석한 한 공무원은 “공무원 몇몇이 주소를 옮긴다 해서 시 재정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심스럽다”면서 “1인당 교부세를 배정하는 것은 지자체를 옭아매려는 정부의 농간으로, 시의회가 나서서 이런 잘못을 바로 잡아야 되는 것 아니냐, 시의원들이 앞장서 국비확보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더 나은 방법 아니냐?”고 시의원들의 역할론을 거론하며 쓴소리를 날렸다.

또 다른 공무원은 “아내는 대전시 공무원이고, 나는 공주시 공무원인데,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번에 나만 공주로 주소를 옮기면서 가치관에 혼란을 느끼고 있다.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으로서 모범을 보여야 할 공무원이 실정법을 어기면서까지 이렇게 해야 되는지 참으로 안타깝다”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한 뒤 “의원님의 뜻을 100%로 공감하나, 각자의 개인사정이 있을 수 있는 만큼 강압에 의한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날 행감에 출석한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이창선 의원의 ‘내 고장 주소 갖기 운동’에 대해 다들 공감하면서도 다만, 방법론에서 크게 잘못됐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번 사안은 말 그대로 ‘~운동’ 즉, 캠페인 성격으로 강제할 사안은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살고 싶은 도시, 돌아오고 싶은 도시를 만들 것인지와 자발적으로 돌아올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힘써야 되는 것 아니냐?”며 “기술적으로도 잘못돼 이번 사안을 두고 큰 죄인 취급하는 듯한 태도는 바람직스럽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행감에서 한 공무원은 “답변할 가치도 없다”면서 행감장을 박차고 나갔고, 행감 말미에는 의원과 공무원간에 고성이 오가고 사실상 몸싸움 일보 직전의 상황까지 벌어지는 등 적잖은 진통을 겪어야 했다.

한편, 이날 행정감사는 시민(강남발전협의회 회원) 10여명이 방청을 자청하는 보기 드문 광경을 연출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시의원의 ‘세과시용’ 또는 ‘들러리’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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