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패 나눠주는 식의 간판정비는 문제"

2009. 5. 15. 03:16생생공주

 "문패 나눠주는 식의 간판정비는 문제" 
 공주시, 14일 간판정비사업 디자인용역보고회 가져
  글쓴이 : 이건용     날짜 : 09-05-14 23:52    
▲ 공주시 '간판이 아름다운거리조성' 디자인용역보고회가 열리고 있다.
ⓒ 특급뉴스 이건용

“간판 디자인이 지역의 특성을 전혀 살려내지 못하고 있어 기성품 수준에 불과하다”, “획일적인 간판정비는 외려 지역의 역사문화 정체성을 훼손할 수도 있다”, “일부 간판 디자인의 경우 비약이 너무 심하다”는 등의 지적이 공주시 간판정비사업 디자인용역보고회에서 쏟아졌다.

공주시는 도비 3억원과 시비 3억원 등 총 6억원의 사업비를 투입, ‘고도 옛 모습 되살리기 사업’을 추진 중인 옥룡동사거리 1번지 상회~역사박물관사거리간 800m구간에 대한 간판정비 사업을 올해 내로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2010년 대백제전을 대비해 이 구간을 다시 찾고 싶은, 걷고 싶은 거리 환경을 조성한다는 방침아래 가로경관 조성을 위한 실시설계를 완료한데 이어 간판까지 깔끔하게 정비해 백제의 숨결이 느껴지는 ‘名品거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특히 시가 추진하고 있는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조성사업’은 주변환경 및 건물과 조화를 이룬 통일된 이미지를 연출하고, 장소·업종·건물별로 다양하고 개성있는 간판 디자인과 백제의 역사문화·유물을 모티브로 한 문양을 간판에 도입해 쾌적하고 아름다운 거리로 탈바꿈시킨다는 구상이다.

시는 이를 위해 14일 공주시청 소회의실에서 ‘간판이 아름다운거리조성’ 디자인용역보고회를 열어 지금까지의 진행상황을 보고 받고 향후 대책 등을 논의했다.

이날 사업자로 선정된 (주)센스큐브는 옥룡사거리~역사박물관사거리 0.8km구간 50개동 97개 업소에 대한 공간계획과 간판 디자인, 건물 외벽 사이딩 모양 및 컬러 등을 소개하면서 “공주 구도심의 대표거리로 역사와 향기가 묻어나는 걷고 싶은 길을 조성코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업체 측의 기대 섞인 장밋빛 청사진과는 달리 이날 참석자들은 “제안 설명 때보다 오히려 퇴색했다”, “예쁘게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름표를 붙이듯이 타 지자체와 똑 같이 해서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등의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이와 함께 간판 크기 축소에 대한 효과성과 상가들의 공감대 형성 문제, 건물의 규모와 상가 크기 및 형태에 따른 서로 다른 디자인 적용, 파사드 및 사이딩 처리 재질의 컬러, 백제 역사문화와 동떨어진 간판 디자인, 상가 입주자들과의 충분한 소통문제, 타 거리와의 형평성 문제 등이 지적됐다.

그밖에 획일성과 통일성에 따른 지역 정체성 훼손 우려, 간판 정비에 앞선 대형차량 통행 제한 등 보행자 중심의 도로환경 조성 필요성, A/S 등 사후관리 어려움에 따른 지역 광고업체들의 참여방안 마련 등의 문제점도 제기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상인은 거리 특성상 유동 인구가 적고 장사가 잘 되지 않는 관계로 업주와 업종이 수시로 바뀌는데 그때마다 지원이 가능한지, 언제까지 지원해 줄 것인지 등을 물은 뒤 “비어있는 건물이 약 40%에 이르는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번 간판정비 사업이 얼마만큼 효과를 거둘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일정으로 인해 뒤 늦게 참석한 이준원 공주시장 또한 “우체국에서 문패를 나눠주는 식의 획일적인 간판정비는 문제가 있다”며 각 건물의 크기와 모양, 재질에 따라 간판 디자인을 달리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같은 구간에서 실시되고 있는 ‘古都복원사업’과 ‘도시재생 마스터플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간판 디자인, 지역의 정체성과 백제의 역사문화를 담아낼 수 있는 컬러 및 디자인 도출, 각각의 건물 특성에 맞는 기준안 또는 가이드라인 마련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한편, 도심 곳곳이 각종 불법광고물로 넘쳐나 도시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안전사고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은 여전히 미치지 않고 있다.

또 그간 불법광고물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에 따라 市는 ‘옥외광고물 관리조례’를 개정하는 등 애는 쓰고 있으나,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아름다운 도시미관 조성 약속이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번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조성사업’이 공주시의 간판 70% 이상이 불법 광고물로 ‘불법 광고물 천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쾌적하고 아름다운 거리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 특급뉴스=이건용 기자/ leeguny98@paran.com> >> 이건용 기자 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