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古都) 공주 ··· 천천히 걷다보면 보이는 것들

2021. 4. 19. 15:44생생공주

고도(古都) 공주 ··· 천천히 걷다보면 보이는 것들
기자명 이건용 기자 입력 2021.04.19 14:37 수정 2021.04.19 14:38
풀꽃과 골목의 나직한 속삭임과 ‘미미르’에서 차 한잔의 여유까지

공주 구도심을 가로지르는 제민천을 천천히 걷다보면 공방과 카페 등 소소한 일상과 마추친다. 공주우체국 다리 건너편 카페 ‘미미르’에서 즐기는 밤 타르트와 커피 한 잔의 여유는 봄의 상큼함을 더한다. 이건용 기자

바야흐로 봄 풀꽃의 계절,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으며 걷는 제민천 길은 그 자체만으로 힐링이 된다. 즐비한 근대문화유산과 꼬불꼬불 이어진 골목길 등 공주 구도심의 속살을 그대로 마주할 수 있다. 이건용 기자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의 일부로, 바야흐로 봄 풀꽃의 계절이다.

아주 한가하고 여유롭게 걷기에 딱 좋은 계절, 백제의 천년 고도(古都) 공주를 걷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한국관광공사가 뽑은 가볼만한 곳 100선에 늘 선정되는 곳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비대면의 여행지로 제격이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으며 걷는 제민천 길은 여유롭다 못해 호젓하기까지 하다. 느릿느릿 걷다보면 앙증맞은 조형물들이 시선을 사로잡고, 아름다운 시와 그림, 벽화들이 반갑게 눈인사를 건넨다.

공주 구도심을 가로지르는 제민천 양편으로는 갈래갈래 뻗은 골목길들이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야트막한 담벼락들 사이로 굽이굽이 이어진 골목길이 이채롭다. 담벼락 곳곳에 새겨진 벽화며, 시와 그림들이 골목길의 매력에 풍덩 빠지게 만든다.

골목마다 새겨진 숫자들도 눈길을 끈다. 연도를 표시하는 숫자들은 아련한 추억의 책장을 펼치며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솔한 삶의 형기를 고스란히 전한다. 숫자 옆에 새겨진 설명을 읽다보면 공주의 소소한 역사와 변천사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1970~80년대 학창시설의 추억과 향수를 그대로 간직한 하숙마을, 충청감영 포정사 문루, 대통사지와 당간지주 등에서도 짙은 역사를 향기를 맡을 수 있다.

현재 복원이 한창인 공주목 관아터도 또 다른 볼거리가 될 전망이며, 유관순 열사의 자취가 서린 영명학교, 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국 한 그릇을 얻어가다 넘어졌다는 ‘국고개’와 효자 향덕과 이복의 이야기를 주제로 조성된 효심공원, 3·1중앙공원 등 근대문화거리 또한 색다른 이야깃거리들로 가득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제민천을 뚜벅뚜벅 걷으면서 마주치는 작은 책방과 공방, 갤러리들도 그냥 지나치기 쉽지 않다. 공주 구도심의 속살을 그대로 마주할 수 있는 곳으로, 나름 소소한 재미를 준다.

중동성당, 충남역사박물관, 옛 선교사 가옥, 충남 최초의 감리교회로 유관순 열사가 다닌 것으로 알려진 공주제일교회와 기독교박물관, 나태주 시인의 풀꽃문학관, 옛 읍사무소(역사영상관), 황새바위성지, 우금치전적지, 등록문화재 제232호 금강철교 등 즐비한 근대문화유산들 또한 타임캡슐을 타고 떠나는 시간여행으로의 초대다.

금강산도 식후경.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먹는 즐거움이다. 공주는 옛 고도(古都)이자 300년 넘게 감영이 자리했던 충청도 제1의 행정도시로 ‘식재공주(食在公州)’라 해도 과언 아닐 정도로 음식문화가 발달해 맛집이 즐비하다. 공주의 으뜸 음식은 칼국수와 짬뽕으로, 전국전인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음식점들이 여럿 있다. 공주맛집 100선에 소개된 한식집들도 유명하고, 밤의 고장답게 밤을 활용한 음식들도 다양해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최근 문을 연 카페 ‘미미르’ 또한 공주밤을 활용한 타르트와 쌀 과자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제민천가 공주우체국 다리 건너편에 위치한 이곳 ‘미미르’는 여느 가게와는 달리 100% 공주밤에 최고의 재료만을 사용해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겉은 바삭하면서도 안은 촉촉한 밤 타르트를 한입 베어 물면 고소함과 달콤함에 저절로 미소가 번지고, 100%로 쌀에 공주밤을 섞은 쌀 과자는 부드럽고 고소해 커피 한 잔과 즐기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커피 값도 착하다. 30년 가까이 빵집을 운영했던 노하우를 살려 공주를 대표하는 빵을 만들어내겠다는 이면용 대표는 “한가롭게 여유를 즐기며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곳이 공주 구도심으로, 느릿느릿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보면 익숙하고 정겨운 것들도 만나고, 잊힌 기억들과 이야기들이 나직이 속삭여 어느새 주인공이 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상큼한 봄, 공주로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수만 년 전 인류의 발자취를 더듬어볼 수 있는 석장리구석기유적부터 1500년 전 동아시아를 호령했던 해상왕국 백제의 찬란했던 문화를 한 눈에 들여다 볼 수 있는 무령왕릉과 공산성, 공주박물관 그리고 즐비한 근대문화유산에 ‘춘마곡추갑사’(春麻谷秋甲寺)란 말이 있을 정도로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계룡산과 금강 등 공주의 10경은 공해 없는 자연 속을 거닐며 공주만의 문화와 역사를 느끼기에 그만이다.

공주=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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