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유구 99칸 한옥 폐허 위기

2010. 10. 20. 10:05생생공주

공주 유구 99칸 한옥 폐허 위기
문화재적 가치 지닌 건축물(?)··공주시 늑장 대처
2010년 10월 19일 (화) 21:50:10 이건용 기자 leeguny98@hanmail.net

근대문화유산으로 문화재적 보존 가치를 지닌 충남 공주시 유구읍 유구리의 99칸 기와집이 헐릴 위기에 처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1939년 1,328㎡(약 400평)의 부지에 지어진 이 한옥은 당시 광산으로 부자가 된 유구 만석꾼 오씨 일가가 지은 것으로, 백제시대의 건축양식과 조선시대의 건축양식이 절묘하게 혼합돼 역사적·학술적 연구 자료로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이 한옥은 안채 2동을 제외한 건물의 80% 이상이 철거된 상태로 폐허 위기에 놓여 있고, 일부 시민단체의 문제제기로 공주시는 지난 18일 부랴부랴 철거작업을 중단시켰다.

이 한옥을 지키기 위해 충청남도지정 문화재 등록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공주지역 문화활동가 윤여관(47)씨는 “약 70년 된 이 한옥은 더 이상의 수식어를 붙일 것도 없이 ‘우리 조상들의 혼이 담긴 집’”이라고 잘라말했다.

윤 씨는 “이 집은 백제와 조선의 건축양식을 함께 담으면서도 사용된 건축기술이 조선 건축기술의 정수라 할 만큼 매우 정교하다”면서 “조선시대의 건축양식을 연구하는데 있어서 귀중한 자료로 문화재적 보존가치를 지녔다”고 주장했다.

윤 씨는 또 “집 구조를 들여다보면 자재 선택에서부터 마무리까지 목수의 장인정신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며 “문화재 지정을 통한 원형 복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0세계대백제전이 한창일 때 한쪽에선 백제문화의 부활을 외치고, 다른 한쪽에선 귀중한 문화유산을 폐기처분하는 정말로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던 셈”이라며 “‘백제의 고도’, ‘역사문화의 도시’라는 공주시의 슬로건이 남부끄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공주시 관계자는 “건물주가 오래 전부터 헐고 싶어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올 7월 신청서가 접수돼 8월 교부결정이 내려졌으며, 1년 이상 거주치 않아 빈집정비사업(시비 200만원 보조)의 일환으로 적법하게 처리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시 관계자는 “불에 탄 흔적과 지붕 일부가 현대적으로 수리된 부분 등이 있어 무어라 단언하긴 힘들다”며 “다음 주 월요일쯤 문화재위원들과 현장조사를 벌일 예정으로, 그 이후 보존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설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일과 관련한 시민단체의 과잉반응과 언론의 감시에 대해 건물 소유주는 “남의 일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는 식 아니냐?”며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건물 소유주는 “지난 40여 년 전쯤 해당 한옥을 구입해 살았으나, 10년 전쯤 불이 나고 안채까지 허물어지는 등 도저히 살수가 없는 폐가 수준에 이르렀다”며 “수리를 하려 했으나 달리 방법을 찾지 못하고 허물게 됐다”고 밝혔다.

아직 결과를 속단하긴 이르지만, 만일 문화재적 가치를 지닌 건축물로 판명 날 경우 공주시는 ‘반 문화역사도시’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일을 계기로 지역의 문화유산에 대한 보다 철저한 조사와 검증작업, 그리고 조사·정리된 문화재를 적극적으로 보존, 활용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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